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정권의 명운을 가를 오는 11월6일 중간선거를 겨냥해 “미국 경제가 너무 좋다”며 경제 성과 띄우기에 나섰다. 올해 2분기 연율 기준 4.1% 성장, 완전고용 수준인 3%대 실업률 등의 경제 성적표를 앞세워 유권자 표심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맞서 의회 다수당 복귀를 노리는 민주당은 “재정적자가 위험 수위에 달했고 부자들만 더 부유해졌다”며 ‘트럼프노믹스(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의 부작용을 공격하고 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14일(현지시간)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공화당의 중간선거 승리를 자신했다. 그는 “에너지 가격은 안정돼 있고 달러도 강하다”며 “더 중요한 지표인 실질 가처분소득도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역전쟁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폴리티코는 “그동안 중간선거에서 경제는 중요 변수가 아니었지만 이번엔 감세를 비롯해 경제 이슈가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집권 1년 반 동안 흑인 고용이 70만 명 늘었다”며 “오바마 대통령 재임 8년간 19만5000명 증가보다 3배 이상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성향의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집권 8년간 흑인 일자리는 거의 300만 개 늘었다”며 “백악관이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을 ‘부자 감세’ ‘재정파탄 주범’ 등으로 공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31일 1000억달러 규모의 양도소득세 인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자 민주당이 즉각 물고 늘어진 게 대표적이다. 당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재정적자는 통제 불능 상태이고, 임금은 제자리인 상황에서 상위 1% 자산가에게 또 다른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클린턴 행정부 재무장관, 오바마 행정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도 지난 6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공이 아닌 데도 경제 성과를 내세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금 미국 경제 호황은 트럼프 행정부의 업적이 아니라 이전부터 지속된 추세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무역전쟁으로 오히려 해외 기업의 대미(對美) 투자가 급감하고 소득불평등 지표도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11월 중간선거에선 연방 상원의원 100명 중 35명, 연방 하원의원 435명 전원을 새로 뽑는다. 공화당은 현재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지만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에 하원 주도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