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에서 세계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구체적인 전략은 ‘중국제조 2025’에 담겨 있다. 독일의 성장 전략인 ‘인더스트리 4.0’을 벤치마킹한 이 전략의 핵심은 ‘제조 대국’ 중국을 ‘제조 강국’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핵심 부품과 소재의 국산화율을 2020년까지 40%로 끌어올리고 2025년에는 70% 수준까지 달성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2035년엔 독일과 일본을 제친 뒤 2049년 미국까지 추월하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도체·정보기술(IT), 로봇, 항공우주, 해양공학, 첨단철도, 친환경자동차 등 10대 전략 육성 산업을 선정했다.

중국 정부는 각종 보조금과 혜택을 주면서 관련 산업을 키우고 있다. 민간기업이 10대 산업에 투자할 때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이 최대 80%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이 10대 산업 분야에서 전략 제품을 개발하면 정부가 ‘최초 매출’도 보장해 준다. 지금까지 여기에 쏟아부은 돈만 3000억달러(약 33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제조 2025’ 전략이 탄생한 배경에는 ‘볼펜심 사건’이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2015년 “우주선도 발사하는 중국 기업이 볼펜심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고 한탄하면서다. 당시만 해도 중국은 매년 볼펜 400억 개를 생산하며 세계 시장의 80%를 석권했다. 하지만 정작 볼펜심에 들어가는 볼은 만들지 못해 일본과 독일에서 90%를 수입했다. 크롬이나 스테인리스강으로 된 볼을 제조하기 위해선 첨단기술이 필요했다. 볼펜심은 덩치만 컸지 핵심 기술은 갖추지 못한 중국 제조업을 상징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리 총리는 그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보고 때 ‘중국제조 2025’를 처음 언급했고 중국 정부는 두 달 뒤인 5월 국가 전략으로 공식 선포했다. 볼펜심 사건 이후 중국 스테인리스강 제조업체 타이위안철강이 2016년 볼펜심용 2.3㎜ 두께의 고강도 스테인리스강을 개발했다. 볼펜 메이커 베이파그룹은 지난해 초 이 소재로 생산한 100% 중국산 볼펜을 내놓는 데 성공했다. 자신감을 얻은 중국 정부는 더욱 공격적으로 ‘중국제조 2025’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