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유조선 피습에 홍해 원유수송 잠정중단
200만 배럴규모 유조선 2척 피습…부상자·원유유출 없어
친이란 예멘반군 사우디 유조선 공격…호르무즈 봉쇄 예고편?
예멘 반군이 25일(현지시간) 오전 홍해를 지나던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 2척을 공격했다고 사우디 정부가 26일 발표했다.

사우디는 이 공격 뒤 홍해를 통한 원유수송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산업에너지광물부 장관은 관영언론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바브 알만데브 해협을 통한 모든 원유수송은 이 지역의 해상 수송이 안전해질 때까지 잠정 중단됐다"고 발표했다.

최단 지점의 폭이 약 30㎞인 바브 알만데브 해협은 세계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은 해상운송 노선으로 홍해의 남쪽 입구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는 "사우디 국영 해운사인 바흐리가 운영하는 각각 200만 배럴 규모의 초대형 유조선(VLCC) 두 척이 홍해에서 예멘 반군의 공격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 중 한 척에 아주 적은 손상이 생겼다.

부상자나 원유유출은 없었다"면서 "선박과 승조원의 안전과 기름 유출을 피하고자 원유수송을 잠정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예멘 반군이 운영하는 알마시라 TV는 자세한 사항은 언급하지 않은 채 반군이 알다맘이라는 이름의 사우디 군함을 목표로 미사일 1발로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와 관련, 원유 공급량 제한과 지정학적 위험 고조로 국제 원유시장이 불안정한 가운데, 이번 원유수송 잠정중단 조치로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에서 두 양대 주요 시장인 유럽과 북아메리카로의 원유 인도가 늦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바브 알만데브 해협이 막히면 사우디를 비롯해 쿠웨이트,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이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유럽으로 수출해야 하는 탓에 시간과 비용이 더 걸린다.

2016년 기준 이 해협을 지나는 원유와 석유제품은 하루 평균 480만 배럴이다.

무엇보다 이번 바브 알만데브 해협 공격이 공교롭게 이란이 미국의 제재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걸프 해역의 입구로 주요 원유 수송로. 하루 1천800만배럴 수송)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는 민감한 시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 관심이 쏠린다.

이란은 예멘 반군을 직접 지원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양측이 긴밀한 관계라는 점은 사실인 만큼 이번 유조선 공격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단순히 엄포가 아니라는 이란 측의 예고일 수 있어서다.

그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만 했을 뿐 실행한 적은 없다.

그렇지만 미국이 사상 최강 제재를 선언하면서 이란의 원유 수출을 고사하겠다고 압박한 만큼 자국의 사활이 걸린 원유 수출을 어떻게 해서든 유지하려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실제 감행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아울러 주요 원유 수송로에서 군사 행위가 이뤄진 만큼 미국, 이집트 등과 같은 다른 나라가 예멘 내전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친이란 예멘반군 사우디 유조선 공격…호르무즈 봉쇄 예고편?
사우디가 이끄는 아랍 동맹군은 그동안 이란에 사주받은 예멘 반군이 예멘 제2의 항구이자 전략적 요충지인 호데이다 항을 통제하면서, 세계 무역의 주요 통로인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4월 3일 사우디는 예멘 반군이 미사일로 자국 유조선 1대를 공격해 경미한 손해를 입었다고 했지만 반군은 전날 민간인을 죽인 사우디의 공습에 보복하려고 사우디 군함을 공격했다고 반박했다.

올해 1월과 4월, 5월에도 사우디군은 폭발물을 싣고 유조선에 돌진하는 반군의 고속보트를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엔 사우디가 예멘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호데이다 항을 봉쇄하자 반군은 "봉쇄를 풀지 않으면 홍해를 지나는 사우디 군함과 유조선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동맹군은 6월 13일 예멘 반군의 물류 요충지인 호데이다를 탈환하는 작전을 개시했으나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작전에 참가한 UAE는 이달 초 유엔이 평화협상을 중재하는 동안 공격을 중단한다고 했으나 예멘 반군은 아랍동맹군의 공격을 막아냈다고 주장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