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정상회담 후 "반역적" 비난 쏟아져…'반역' 검색 급증
헌법은 '전쟁 중이거나 적에게 원조·지원 시'로 한정…입증 부담도 상당


지난 16일(현지시간) 미러정상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한 후폭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문제 삼지 않고 오히려 푸틴 대통령을 옹호하는 등 저자세를 취했다는 점에서 '반역적'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고, 미국 언론들은 앞다퉈 트럼프 대통령이 반역적인지 아닌지를 놓고 '진지한' 법률 해석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트럼프는 반역자인가 아닌가"… 친러 발언에 美사회 '논쟁 중'
우선 '반역'에 대한 대중의 관심부터 폭증했다.

17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미리엄-웹스터 사전에서 '반역(treason)'이라는 단어가 검색어 1위에 올랐다.

트위터에서도 '#반역자(traitor)'란 해시태그가 트렌딩으로 떠올랐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전했다.

이들 단어는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보인 트럼프 대통령의 자세에 대한 비판에서 거론됐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역적 행동을 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고,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은 반역적인 것과 다름없다"며 "그는 푸틴의 호주머니 속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는 미국인의 분노를 짐작할 수 있는 표현이지만, 실제로 법률을 적용하는 것은 제한적이다.

입증 부담도 상당하다.

발언자의 의도는 메리엄-웹스터 사전에 두 번째로 나오는 '신뢰의 배신'이란 뜻에서 광범위하게 쓴 표현이겠지만, 법률 정의로 보자면 실질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헬싱키에서 한 일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UC 데이비스 로스쿨의 칼턴 F.W. 라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역죄 적용에 대해 "전혀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라슨 교수는 WP에 "외국 정상 앞에서 비굴한 모습을 보인 것, 미국보다 다른 나라의 이익을 고려한 것, 대외 정책에서 끔찍한 판단을 보인 것 중 어느 것도 반역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미 헌법 제3조에 따르면 반역죄는 미국에 대해 전쟁을 일으키거나, 적에게 가담해 원조 및 지원을 할 경우에만 성립한다.

헌법은 또 이에 대해 2명의 증언이 있거나, 공개 법정에서 자백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반역죄로 유죄를 선고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적용해보면 미국은 현재 전쟁 중인 상태가 아니고, 원조나 지원을 할 적도 없다.
"트럼프는 반역자인가 아닌가"… 친러 발언에 美사회 '논쟁 중'
하버드대 로스쿨의 로런스 트라이브 교수는 "많은 이들이 러시아를 미국의 적대적 관계 혹은 적으로 생각하지만, 그렇게 선언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일부 논평가들은 2016년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친 해킹을 이유로 러시아 역시 우리의 적국 중 하나로 평가한다"며 "그러나 러시아에 원조나 지원을 하는 것이 반역적인지에 대해서는 법률상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밝힌 바 있다.

라슨 교수 역시 "사이버 공격은 미 정부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보이고, 전통적 전쟁과 매우 닮았다"면서도 "그러나 미국은 사이버 공격을 전쟁으로 간주하지 않아 왔다"고 동의했다.

그는 "만약 이를 전쟁으로 본다면, 그에 관해선 중국이 유명하다.중국은 끊임없이 컴퓨터 시스템을 캐고 어지럽힌다.하지만 나는 우리가 중국과 전쟁 상태라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코넬대 로스쿨의 옌스 데이비드 올린 교수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공식 선언이 없다 할지라도, 러시아와 미국은 실질적으로 전쟁 상태에 있다고 할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올린 교수는 미국 대선 개입을 포함한 러시아의 은밀한 사이버 개입, 시리아에서 무력 대치 중인 미국과 러시아의 상황을 예로 들었다.

프리드먼 교수는 앞서 쓴 칼럼에서 '반역적 행동'에 대해 "'미국의 헌법을 지키고 보호하고 지지하겠다'는 취임 선서를 위반한 행동"이라고 정의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악랄한 범죄일 수는 있어도, 반역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사법 방해 공모 혐의 역시 범죄이긴 하지만 반역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전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비판했던 폴 라이언 하원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반역적이라는 점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라이언 의장은 다만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맺으려는 열망은 이해한다.이는 지극히 합리적이다.그러나 러시아는 우리와 이해관계를 공유하지 않는 위협적인 정부다.러시아는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배너대 로스쿨의 앤드루 라이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공화당 지도부의 반발이 (대통령에 대한) 의회의 감독권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화당의 인내심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는 반역자인가 아닌가"… 친러 발언에 美사회 '논쟁 중'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