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자들 가족 품으로 돌아와 고무적…모든 유해 송환되는 날 기대"
"비핵화 검증가능 확실한 조치 필요…안그러면 죽은 이들과 약속 못지키는 것"
'노병' 커닝햄의 6·25 "아직 끝나지않은 전쟁 이제는 종식돼야"
"한국전은 미국의 참전 역사상 아직도 끝나지 않은 가장 오래된 전쟁이다.

이제 그 끝을 보고 싶다.

"
미국 워싱턴DC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25일(현지시간) 만난 '미수(米壽)의 노병'(老兵) 폴 커닝햄(88·펜실베이니아) 한국전쟁참전용사협회(KWVA) 신임 회장의 올해 6·25 68주년을 맞는 감회는 각별했다.

남북, 북미정상회담의 잇따른 개최와 맞물려 찾아온 한반도 해빙 국면이 종전과 이에 따른 한반도 평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였다.

무엇보다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미국 참전자 유해송환 소식은 전우들을 먼저 떠나 보낸 '살아남은 자'들에게 뜻깊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달 15일 취임한 커닝햄 회장은 1950년 9월부터 1952년 2월까지 17개월간 미국 공군(USAF) 레이더 감시·정비병으로 참전, 부산, 울산, 인천, 평택 등을 거치며 4개 작전에 투입됐다.

미국으로 돌아와서는 교육가로 지내다 은퇴했다.

이곳에 올 때마다 '전쟁과 연결된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현장의 기운에 '감성적'이 된다는 커닝햄 회장은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해 "(남북 간, 북미 간) 회담들이 진행돼 굉장히 기쁘다"며 "일련의 움직임이 희망적"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희망컨대 많은 긍정적 일들이 나올 것이며 진전을 보길 원한다"며 "조심스럽게 낙관적"이라고 덧붙였다.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우리는 고무돼 있다.

최선의 결과가 나오길 진심으로 희망한다"며 북미 정상 간 합의에 따라 한국전 참전자들의 유해송환이 합의돼 관련 작업이 이미 진행 중인 데 대해 "행방불명이었던 전사자들이 돌아온다는 것이 가장 기쁜 일이다.

고무적이다"라고 반겼다.

그러면서 "사실 우리 대부분의 마음속에는 '잃어버린 사람들'이 늘 걸리는 대목이었다"며 유해 송환에 "매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이 아는 참전용사 형의 유해가 과거 돌아왔던 것을 옆에서 지켜봤던 일을 소개한 뒤 "그것(유해송환)은 사랑하는 이들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유해들이 돌아와 신원이 확인되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며 "많은 '전사 장병'들이 돌아오고 있다.

모든 사람이 돌아오고 그 신원이 회복되는 날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커닝햄 회장은 종전 및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문제와 관련, "우리는 분명히 이를 환영한다"며 "이는 모든 대화 국면에서 우리가 고대하고 추구하는 바이며,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가는 걸 의미한다"고 '가장 오래된 전쟁의 궁극적 종식'을 주장했다.

이어 "한국전은 미국이 치렀던 전쟁 중 가장 오래 지속하는 전쟁이다.

(53년 체결된 것은) 평화협정이 아니라 단지 정전협정이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전쟁이 68년째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이렇게 오래 계속되게 할 수는 없다.

그건 미국이든 다른 참전국가든 누구한테도 좋지 않다.

우리는 그 끝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걸(종전을) 본다면 기쁠 것"이라고 덧붙였다.

커닝햄 회장은 비핵화 문제와 관련, "우리는 분명히 한반도의 화해와 함께 비핵화를 바란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보다 확고한 조치들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검증 가능한 결과들을 보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확실히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만질 수 있는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러한 목표들에 못 미친다면 싸우다 죽은 이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셈"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우리는 평화와 안정을 보고 싶다"며 "비핵화 못지않게 남북한의 재통일이 이뤄지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현 상황을 가져오기 위한 좋은 외교적 노력을 한 데 대해 평가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커닝햄 회장은 지금은 단종된 2009년형 기아차 아만티(한국명 오피러스)를 몰고 있다고 한다.

그는 그동안 한국이 전쟁의 폐허 위에서 비약적 경제성장을 이룬 것에 대해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애마'를 '평생 타본 차 중 최고'라고 칭하면서 "1952년 2월 한국을 떠날 때 내가 본 것은 잿더미와 돌무더기들이었다.

그때 만 해도 한국에서 제조된 차를 몰고 다닐 날이 올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한국이 세계에서 10번째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2년 전 방한 계획을 세웠다가 취소돼 실망을 금치 못했다는 커닝햄 회장은 방한 기회가 다시 찾아오길 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전 당시 복무했던 곳들을 둘러보고 싶다고 한다.
'노병' 커닝햄의 6·25 "아직 끝나지않은 전쟁 이제는 종식돼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