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유럽연합(EU)이 베이징에서 고위급 경제무역 대화를 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차별적인 ‘관세 폭탄’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미국의 통상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만큼 연대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25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류허 중국 부총리와 유르키 카타이넨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 공동 주재한 제7차 중국·EU 고위급 경제무역 대화가 이날 베이징에서 열렸다. 세계화 지지 및 추진, 협력 심화를 주제로 한 이날 회의에서 양측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일방주의를 한목소리로 비판하면서 공동 대응 전선을 구축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또 교역 확대를 위해 상호 무역장벽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중국과 EU는 모두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반발해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한 상태다.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서도 동등한 규모와 범위로 보복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양측은 다음달 중순 정상 간 회동을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EU가 대(對)미국 무역 보복 조치에서 교집합을 찾아 공동으로 대항하는 구체적인 조치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미 WTO에서 연대를 모색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EU가 중국의 일부 불공정한 무역 행태와 경쟁 방식에 불만을 갖고 있어 공동 전선을 구축하는 수준에까지는 이르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U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무역 불균형 문제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중국 역시 EU가 갈수록 중국 기업의 유럽 투자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