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젤라이저 CNN 기고…"명확한 목표도 있어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기의 담판이 펼쳐질 싱가포르에 잇달아 도착한 가운데 회담 성공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4가지를 미국 학자가 정리했다.

미 프린스턴대 역사학자 줄리언 젤라이저 교수는 10일(현지시간) CNN 기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트윗을 보면, 그가 자신의 전임자들이 실패한 일을 이번에 성사시켜 세계에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너무나 확고하다"면서 "그는 과거 어떤 동맹들과의 협상보다 북한과의 협상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1994년 대북 협상에서 실패한 경험에 비춰 예측 불가한 김 위원장과의 대화에서는 고도의 협상 덕목을 갖춰야 한다고 젤라이저는 분석했다.
"북미회담 트럼프에 필요한 4가지… 인내·전문성·기밀유지 등"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의 리더십, 그리고 핵과 체제 보장에 대한 그들의 열망을 과소평가해 실패한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먼저 가장 우선해서 요구되는 것은 '인내력'(patience)이라고 젤라이저 교수는 제시했다.

보통 이런 기회는 간헐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지만, 오래도록 이어져 온 긴장관계가 '원샷 미팅'으로 해결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과거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군축협상이 그랬다고 젤라이저는 소개했다.

고르바초프와 레이건은 1985∼1987년 세 차례 만났고 그중 두 번은 좌절 속에 끝났지만, 결과적으로 냉전 종식의 기틀을 닦을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보좌진, 심지어 그의 비판자들조차도 싱가포르 회담이 '일련의 만남 중 첫 번째'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젤라이저는 강조했다.

6월 12일의 목표는 어디까지는 다음 라운드 협상을 위한 토대를 만드는 데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명확한 목표'(clear objectives)가 요구된다.

젤라이저는 과거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평화협상을 중재하던 이른바 캠프 데이비드 회담 당시 협상 파트너인 이스라엘, 이집트 양국 정상들이 다들 짐을 싸서 별장을 떠나려 할 때 이들의 발목을 붙잡아 놓았던 일을 떠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의 기술'로 "회담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언제든 걸어 나올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지만, 이번에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젤라이저는 권고했다.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한 만큼 반드시 이뤄내야 할 일정한 목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 이번 회담은 '전문지식'(expertise)이 필요한 이벤트다.

간혹 트럼프 대통령이 비교되곤 하는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경우 헨리 키신저라는 세기의 책사가 있었다.

레이건에게는 조지 슐츠가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신의 옆에 앉은 이들의 전문지식으로 무장해 옛 소련과의 협상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닉슨의 경우는 중국과의 협상이었다.

젤라이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큰 약점이 되는 부분은 비핵화와 관련된 전문지식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최근에야 키를 잡고 조직을 추스른 국무부의 전문인력 공백도 다소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한다.

네 번째 '기밀유지'(confidentiality)도 중요하다고 젤라이저는 지적했다.

성공한 대통령들은 자신의 카드를 항상 가슴 속에 숨겨놓는 데 능숙하다는 것이다.

닉슨과 키신저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그랬고 레이건이 고르바초프를 만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젤라이저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만큼은 생각 없는 트윗 남발을 억제해야 한다"고 권했다.

무릇 가장 어려운 협상은 그만큼 깨지기 쉽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북미회담 트럼프에 필요한 4가지… 인내·전문성·기밀유지 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