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핑다오 미군에 빌려줘 중국에 대항케 해야"
중국, 우디 섬 배치했던 미사일 철수…"일시적 조치" 가능성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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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의 갈등이 고조하는 대만에서 남중국해 섬을 미국에 빌려줘 미군 기지를 세우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대만 넥스트매거진이 7일 보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대만의 한 싱크탱크는 대만이 남중국해에 실효 지배하고 있는 타이핑다오(太平島·영문명 이투 아바) 일부를 미국에 임대해 이곳에 미군 기지를 세우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남중국해는 석유와 가스 등 천연자원이 대량 매장돼 있고, 연간 해상물동량도 3조4천억 달러에 이르는 전략적 해상 요충지다.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남중국해 주변 국가들은 자원 영유권 등을 놓고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타이핑다오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에서 가장 큰 암초로, 대만군은 이곳에 40㎜ 고사포, 120㎜ 박격포, AT-4 대전차 로켓 등을 배치해 군사 기지화했다.

이 싱크탱크는 "타이핑다오에 미군 기지가 조성되면 긴급구조 등 인도주의적인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긴장 관계에 있는 미국과 대만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타이핑다오를 미군에 임대하면 미국은 남중국해에 군사적 거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며, 대만도 타이핑다오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데 있어 간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이 일대 섬에 군사시설을 짓고 비행훈련을 강화하자, 이에 맞선 미국은 군함을 잇달아 파견해 남중국해가 모든 나라가 공통으로 쓸 수 있는 공해(公海)라는 점을 강조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 싱크탱크는 자신들의 주장이 많은 대만 고위 장성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남중국해 미군 기지 조성이 주변 정세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한 대만군 소식통은 "이러한 조처는 남중국해의 갈등을 더욱 악화시키고 대만을 위험하게 할 것"이라며 "이러한 생각이 처음 나온 것도 아니며, 대만 국방부의 지지를 얻지도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2016년 5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취임한 후 이러한 주장이 제기됐으나, 당시 대만 국방부장(장관)은 이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독립 성향의 차이 총통 취임 후 중국은 대만 인근에서 대규모 실전훈련을 하는 등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으며, 대만은 이에 맞서 미국과의 정치적, 군사적 유대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한편 CNN에 따르면 이스라엘 위성 감시업체 '이미지 새틀라이트 인터내셔널'(ISI)이 지난 3일 촬영된 위성 사진을 판독한 결과 중국이 남중국해 우디 섬(융싱다오(<永興島>)에 배치했던 지대공 미사일을 철수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고조되는 남중국해에서 미국과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내려진 조치로 볼 수 있으나, 영구 철수가 아닌 일시적인 철수일 가능성도 크다고 CNN는 전했다.

실제로 중국은 2016년 2월 '훙치(紅旗·HQ)-9' 미사일을 우디 섬에 배치했다가 같은 해 7월 철수했으나, 수개월 후 이를 재배치했다.

우디 섬은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西沙>군도) 내 최대 섬이다.

우디 섬에 배치된 '훙치-9 미사일은 사거리 200km의 지대공 미사일로, 미국 항공모함 전단에서 발진한 전투기를 위협하고 날아오는 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