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ID 원칙 속 폼페이오 "모든 핵프로그램 요소 포함돼야"
트럼프, 처음으로 제재 해제 가능성 언급…비핵화 대가로 구체화
트럼프 "미사일 반드시 포함" 언급… 핵 넘어 ICBM 폐기도 주력
'세기의 핵 담판'이 될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구상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외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비핵화의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다.

하지만 비핵화의 정확한 의미와 범위, 우선순위, 이행 방법론을 놓고 일괄 타결을 원하는 미국과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요구하는 북한 사이의 '간극'이 큰게 사실이다.

북미가 실무협상 과정에서 치열한 수싸움을 전개하고 있는 것도 바로 여기에 집중돼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비핵화의 범위를 둘러싼 견해차가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전통적 개념의 핵을 의미하는 플루토늄·우라늄 등 핵물질과 핵무기, 핵시설의 해체와 폐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미국은 핵 뿐만 아니라 그 운반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둔 ICBM이 보다 중대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고 느끼는 경향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로이터 기자와 따로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서 북핵 협상에서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반드시 다뤄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현재 초기단계의 핵폐기 과정 속에서 ICBM도 우선적으로 폐기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교도통신도 지난 28일 미국과 북한이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접촉에서 20여 개로 추정되는 북한의 핵탄두를 이른 시일 안에 국외로 반출하는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모든 핵무기와 미사일을 한꺼번에 내놓기를 꺼리는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시급하게 여길 ICBM 등 특정 유형의 미사일부터 단계적으로 국외 반출하는 방안을 역제안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하게 읽힐 수 있는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이날 뉴욕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고위급 회담 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비핵화의 범위와 관련, "이것은 그들 핵 프로그램의 모든 요소들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같은 미국 내 대북 강경파의 요구에 따라 생·화학 무기도 비핵화의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번 협상과정에서 포함될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반응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미사일 반드시 포함" 언급… 핵 넘어 ICBM 폐기도 주력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로드맵의 이행이 '최대한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실행 가능한 가장 빠른 기간 안에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당장 (비핵화를) 끝내길 원한다"면서도 "그것은 '신속한 단계적 비핵화'가 돼야 할 것"이라며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최단 기간에 비핵화를 완료하되 그 과정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조치를 일부 반영할 가능성도 있다.

또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과 경제적 지원이라는 '당근'도 제시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과 행정부 각료들은 "번영"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입에 올리며 한국과 비교할 만한 경제적 성취를 약속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우리는 강하고(strong), 연결된(connected), 안전하고(secure), 번영한(prosperous) 북한의 모습을 상상한다"며 북한을 국제사회 일원으로 편입시켜줄 수 있다는 제안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로이터에 "우리가 제재를 해제할 수 있고 한반도 전체와 매우 좋은 관계를 갖게 되는 날이 온다면 매우 행복할 것"이라며 대북 제재 해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대가로 제재 해제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