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내달 12일로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을 두고 “회담이 개최되기 위해서는 특정한 조건(certain conditions)이 먼저 충족돼야 한다”고 말해 ‘특정한 조건’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특정한 조건’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로, 우리가 내내 매우 분명히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세부적인 비핵화 방법이나 조건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 이전에 북한의 명확한 비핵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를 약속받고 싶어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차기 대통령선거가 있는 2020년 이전까지 60여 기에 달하는 북한 핵무기를 폐기해 테네시주 오크리지 핵·원자력 연구단지로 이송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미국을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즉각적인 폐기와 함께 6개월 안에 북한이 보유한 모든 핵 탄두를 해외로 반출해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북 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핵·미사일 실험 중단, 억류 미국인 석방,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 등 북한의 보여주기식 행동이 아니라 핵무기 폐기라는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 번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13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현 시점에서의 이해는 북한의 핵 무기가 LA나 덴버를 위협하는 리스크를 제거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장시간이 걸리는 핵 원료나 시설 등에 대한 완벽한 검증 전에 일단 미국에 대한 핵 위협을 제거하는 선에서 북한과의 1차 딜이 이뤄질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 비핵화를 단기간에 실행할 아이디어가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에 대한 강한 아이디어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면 “체제보장은 물론 북한을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국제사회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