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가디언 "미국, 이란핵합의 탈퇴 이후 '플랜B' 없어"

"이란에도 북한식 최대 압박 작전이 통할 것이다."
이란핵합의를 파기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해법으로 이런 구상을 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유럽 관리들을 인용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 정책이 양보를 받아낼 수 있는 협상 테이블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을 끌어냈다며 이런 접근법이 이란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도 유럽 관리들에게 같은 말을 했다.
"트럼프, 이란에도 '최대의 압박' 대북 시나리오 적용 구상"
유럽의 한 관리는 "그들은 그것을 북한 시나리오로 부르며 '이란을 쥐어짜면 이란도 김정은처럼 할 것이다.

이란은 미국의 힘 앞에 굴복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 관리들은 중국과 인도, 말레이시아 같은 주요 이란산 원유 구매국을 어떻게 멈춰 세워 대이란 신규 제재에 동참시킬 작정인지 설명하지 않았다.

유럽 관리는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인적 변화로 플랜B를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선임 등 외교안보진영 정비 과정에서 구체적 대안도 마련하지 않고 이란핵합의 탈퇴부터 선언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은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주말 유럽 외무장관들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느냐"고 묻자 유럽 외무장관들이 "당신(미국)이 이것(이란핵합의)을 깼다.

당신의 계획은 무엇이냐"고 반문한 데서 명확해졌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유럽 국가들은 이란핵합의 유지를 위해 미국과 절충안을 모색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관련 협상에 대해 잘 모른다는 인상을 줬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이어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미국의 이란핵합의 잔류를 설득할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이달 6일 워싱턴으로 달려갔지만 너무 늦었다.

외교관들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유럽과 협상할 시간을 2주일 벌었다고 생각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이란핵합의 탈퇴를 선언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트위터를 통해 "내일 이란핵합의에 대한 내 결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공개했을 때 볼턴 보좌관이 당시 통화 중인 유럽 관리로부터 이 내용을 전해 듣고 놀랐다는 것이다
존슨 장관이 미국을 떠나면서 "헛된 여행을 했다"며 크게 화를 냈다는 후문이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 복원과 관련,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 기업들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면제도 약속받지 못해 유럽의 속이 끓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