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전임 오바마 행정부와 이란의 2015년 핵동결 협정을 “절대 체결되지 말았어야 할 끔찍하고 미친 합의”라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이 협정을 폐기하는 대신 새롭게 개정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전 이란과의 핵 협정을 비판하며 “그 나라(이란)가 핵무기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한다면 어떤 때보다 심각한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과의 핵 협정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6개국이 이란과 2년간의 협상 끝에 2015년 7월 체결했다. 이란이 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을 15년간 생산하지 않는 대신 6개국은 원유 수출 제한 등 대(對)이란 경제 제재를 풀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12일까지 협정에 일몰조항 폐지, 탄도미사일 제재 강화 등이 반영되지 않으면 협정에서 탈퇴하고 이란 제재를 부활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핵 협정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주요 제한을 2030년 자동 해제하는 일몰조항이 포함돼 있어 이란이 핵 개발을 재개할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에서 탈퇴하지 않고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내비쳤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날 정상회담에서 협정 폐기에 반대하며 “더욱 확장된 새로운 합의”를 제안하면서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존의 주요 합의를 유지하면서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제한 등을 포괄하는 내용으로 협정을 개정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두고 보자”며 “견고한 기반에서 새로운 합의를 마련하는 일이 가능할지 아닐지 지켜볼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란은 미국이 핵 협정을 파기하면 핵 개발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