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WB)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연례 총회에서 130억달러(약 14조원) 규모의 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2010년 이후 8년 만의 자본 확충으로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75억달러, 국제금융공사(IFC) 55억달러다.

올해 총회에서는 IBRD 지분율에서 미국에 이은 두 번째 지위를 중국이 차지할 수 있을 것인지를 놓고 관심이 컸으나 일본이 2위 자리를 지켰다. 2010년에는 중국이 독일과 프랑스를 누르고 지분율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일본이 IBRD 지분율 2위 자리를 고수한 데는 미국의 중국 견제가 먹혀들었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은 각국의 지분율을 조정했지만 중국의 일본 추월을 용인하지 않았다. 미국 지분율은 16.87%에서 15.77%로 1.1%포인트 줄었고 일본도 7.18%에서 6.83%로 0.35%포인트 축소됐다. 한국도 1.63%에서 1.57%로 0.06%포인트 줄었다. 중국은 1.26%포인트 상승한 5.71%가 됐지만 일본을 추월하지는 못했다. 다만 2위 일본과의 격차가 1.12%포인트로 크게 감소했다.

미국은 그동안 세계은행이 중국을 포함한 중진국에 과도한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며 추가 증자에 거부감을 드러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제기구에 돈을 대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라고까지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요 국제기구의 미션을 ‘중국과 직접 싸우는 일’이라고도 했다. 중국은 틈새를 계속 공격했다. 세계은행도 중국에 우호적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은 자신이 철수하면 중국이 빈자리를 채울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 방침을 바꿨다”고 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중국 견제를 위한 공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IBRD로부터 가장 많은 대출을 받은 중국은 이번 총회에서 더 높은 대출금리를 물어야 하는 국가로 재분류됐다. 중국은 IBRD로부터 빌린 돈이 24억달러로, IBRD 대출 총액의 11%에 이른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