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언론도 북한이 2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발사를 중지하고 핵실험장을 폐기하기로 결정한 것을 비중있게 보도하며 '진정한 전환점', '깜짝 발표', '역사적 단계' 등의 수식어를 동원해 의미를 부여했다.

영국 BBC방송은 21일 "북한이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깜짝 발표'를 했다"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발표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BBC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이날 핵무기화가 이미 달성됐기 때문에 더 이상의 미사일 실험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며, 이는 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완성됐다고 선언한 김 위원장의 신년 연설과도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BBC는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고 했으나 현재 실재하는 무기들을 제거할 것인지에 대한 암시는 없다"고 덧붙였다.

BBC는 아울러 미국의 안보 분석가 앤킷 팬더를 인용, 북미 정상 회담을 한 달 이상 앞둔 시점에 북한이 협상을 위한 카드로 쓰지 않고, 핵과 미사일 시험 중단을 일찌감치 선언한 것은 북한의 선대 지도자 누구도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북미 정상회담 자체가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상'(賞)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 역시 북한의 이번 발표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르몽드는 도쿄 주재 특파원발로 김정은 위원장이 핵실험장의 폐쇄를 발표했고, 이에 대해 미국과 한국은 즉각 환영을 나타낸 반면 일본 정부는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북한 문제 전문가인 도리앙 말도빅은 프랑스 공영 라디오프랑스에 출연, 북한의 이번 조치에 대해 "작년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들이 서로에게 무력을 과시한 국면을 지나서 (한반도가) 평화 국면에 들어서고 역사적인 단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일간 라 크루아의 아시아담당 국장인 그는 "지난 1월부터 가속화된 한반도 당사자들의 외교와 고조된 낙관주의를 감안하면 북한의 발표는 매우 논리적인 수순"이라면서 "한국에 북한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손을 내민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말도빅 국장은 "북한이 비핵화에 점진적으로 다가갈 것으로 생각된다"면서도 "실제 비핵화에 진정으로 이르기 전 당사자들이 만나서 대화하고 협상을 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면서 신중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 dpa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성공적인 핵프로그램 덕분에 공평한 경쟁의 장에서 미국과 평화협정 체결을 협의한다는 목표를 달성했다.

이런 까닭에 그는 이제 회유적인 태도를 취하며 핵 프로그램을 동결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한 하르트무트 코쉬크 독한의원친선협회 회장의 발언을 전했다.
유럽언론, '북핵·미사일 실험중단' 상세보도…"진정한 전환점"
이탈리아 뉴스통신 ANSA도 북한의 이번 발표를 머릿기사로 다뤘다.

ANSA는 "더 이상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이 남북, 북미 등 2차례의 역사적 정상회담을 앞두고 예기치 않게 전해졌다"며 "이번 결정은 (북한의)'진정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ANSA는 북한의 선언이 순조롭게 이행된다면 결국 한국전쟁을 정식으로 종결시키는 평화협정이 도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