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 말레이서 한달째 공항생활… 현실판 '터미널'
7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병역을 거부하고 외국으로 달아난 30대 남성이 갈 곳을 잃은 채 공항에 발이 묶이는 신세가 됐다.

13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리아 국적자 하산 알-콘타르(37)는 지난달 초부터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내 환승 라운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무비자 입국이 허용될 것으로 보고 에콰도르행 항공편을 타려 했으나, 출발 직전 탑승이 거부됐기 때문이다.

그는 이에 캄보디아로 목적지를 바꿨지만 역시 입국이 허용되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말레이시아조차 그의 재입국을 거부하면서 꼼짝없이 공항에 갇히게 됐다.

하산은 최근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공항 생활이 이미 6주째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거의 모든 인권단체와 접촉했지만 도와줄 방법이 없다고 했다"면서 "누구도 나를 받아 주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징병을 거부해 수배된 처지여서 시리아로 돌아갈 수도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하산은 사정을 딱하게 여긴 항공사들이 제공한 기내식으로 연명하고 있다.

하산의 상황은 쿠데타로 고국이 유령국가가 되면서 미국 공항에 갇혀 지내는 남성을 그린 할리우드 영화 '더 터미널'을 연상시킨다.

시리아에서는 7년간 이어진 내전으로 35만명이 넘는 인명이 희생됐다.

처음 민주화 운동 탄압에서 시작된 시리아 사태는 내부 종족·종파 갈등과 극단주의, 분리주의, 외세 개입으로 전선이 복잡해졌고, 내전에 대리전 성격까지 겹치면서 혼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산이 언제 시리아를 탈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는 최근까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체류하다가 작년 1월 추방돼 말레이시아로 넘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이민당국은 그가 3개월짜리 관광비자로 입국한 뒤 15개월간 불법으로 자국에 체류해 입국금지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밝혔다.

유엔난민기구(UNHCR)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해당 사안을 인지하고 있으며, 해결을 위해 당사자와 관련 당국에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