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 보내 사법부에 영향력 행사 요구"…파나마 정부 "개입 안한다" 거부
AP통신 "사익 추구에 공적 권력 이용한 명백한 이해충돌 사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유한 부동산회사인 '트럼프그룹'이 파나마에서 최고급 호텔의 경영권을 잃게 되자, 파나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뒤집기'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익을 추구하는데 공적 권력을 이용하는 이른바 '이해충돌'의 명백한 사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그룹은 수도 파나마시티에 있는 '트럼프 오션 클럽 인터내셔널 호텔 앤타워'(트럼프호텔)를 경영해오다 지난달 초 파나마 법원의 명령에 따라 경영권을 잃고 이 호텔 건물에서 퇴거당했다.

미국 마이애미에 근거지를 둔 사모펀드 '이타카 캐피털 파트너스'라는 회사가 이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한 것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이후 이들의 다툼은 긴급 중재 절차를 통해 다뤄졌다.

AP통신은 9일(현지시간) 트럼프그룹의 변호인들이 지난달 22일 후안 카를로스 발레라 파나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이 과정에 개입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보도했다.

서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자사가 파나마에서 정당한 법적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면서 도움을 구했다.
트럼프그룹, 파나마 호텔경영권 잃자 파나마 대통령에 'SOS'
서한은 '퇴거 명령이 번복되도록 (파나마)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긴급히 요청한다'는 요지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서한은 트럼프그룹의 퇴거가 1983년 체결된 미국-파나마 투자협정에 어긋난다면서, 불상사가 발생하면 파나마 정부가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식의 논리를 폈다.

이와 관련해 "손실이 제삼자가 아닌 파나마 정부의 책임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주는 데 감사하다"는 문구가 서한에 들어갔다.

그러나 며칠 후 트럼프그룹의 경영 복귀가 무산됨에 따라 이런 노력은 허사로 돌아갔다.

파나마의 긴급 중재인이 사안을 계속 중재 절차에 남겨두고 상급 법원으로 보내지 않기로 함에 따라 당분간 경영권 분쟁은 지속할 전망이다.

파나마 정부는 9일 이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사벨 세인트 말로 파나마 부통령은 기자들에게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에서 행정부는 끼어들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그룹은 호텔이 완공된 2011년부터 운영을 담당했다.

그러나 지난해 100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하자 호텔 소유주협회는 부실 경영의 원인을 '트럼프 브랜드'로 돌리고 관계를 종료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트럼프그룹은 "2031년까지 운영권을 확보했다"며 이를 거부해왔다.

워싱턴DC에서 활동하는 비정부기구인 '정부감시프로젝트'의 대니얼 브라이언 사무국장은 "외국과의 관계에서 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역할과 그의 개인 비즈니스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가장 극명한 사례"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