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애플에 남녀가 함께 일하는 사업장 개설을 허용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애플은 사우디 당국으로부터 “직장에서 남녀가 함께 근무하도록 해도 처벌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 사우디가 외국 기업에 남녀가 같이 일하는 것을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디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종교 행사는 물론 공공장소, 직장 등에서 남녀가 동석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FT는 “사우디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를 제거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애플의 현지 사무실 또는 매장 개설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탈석유 경제 구축’을 위해 개혁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빈살만 왕세자는 최근 구글, 애플 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주요 기업을 차례로 방문해 투자를 요청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도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본사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사우디에서 아랍어 교육 콘텐츠를 확대하고 사우디 청년들을 애플 본사에서 교육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일에는 사우디가 인터넷 통화 서비스 제한을 해제하면서 그동안 막힌 아이폰 페이스타임 영상통화도 할 수 있게 됐다.

사우디 정부가 남녀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끌어올리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FT는 “사우디에서는 생산가능인구에 속하는 여성 중 3분의 1이 실업 상태에 있다”며 “이는 남성의 거의 5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전했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