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자율주행사업 부문인 웨이모가 영국 자동차기업 재규어의 차량 2만대를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2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우버가 지난 19일 자율주행차로 인한 첫 보행자 사망사고 발생으로 시험 운행을 중단한 상황에서 웨이모가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사고로 자율주행차의 안정성을 놓고 업계와 규제당국, 시민단체의 논쟁이 활발히 진행되겠지만 기술진보 자체를 멈출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웨이모는 재규어의 고성능 전기차인 ‘I-페이스’에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해 올해 안에 시험 주행에 돌입한 뒤 2020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다. 두 기업의 자율주행차 개발 협력의 가치를 환산하면 10억달러(약 1조700억원)에 달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웨이모는 지난 1월에도 피아트크라이슬러의 미니밴 수천대를 구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는 크라이슬러퍼시피카 미니밴 600대를 시험 운행에 투입하고 있다.

웨이모의 존 크래프칙 최고경영자(CEO)는 자사의 자율주행 기술은 보행자를 포착할 수 있다며 우버의 사고와 같은 일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해 주목 받았다. 우버가 지난 2월 웨이모의 기술 탈취를 인정하면서 합의를 이루기 전까지 1년간 소송을 벌이는 등 양사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인텔와 손잡고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는 암논 샤슈아 모빌아이 CEO도 우버 비판에 가세했다. 샤슈아 CEO는 “십수년간 시험을 거친 시각인식시스템을 활용했으면 피할 수 있었던 사고였다”며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해서 시험 운행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빌아이는 2016년 5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주행하던 차가 트럭과 충돌해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테슬라에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를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우버 사고로 미국과 일본 기업들은 자율주행차 개발에 제동이 걸린 반면 중국은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바이두는 우버의 보행자 사망 사고가 일어난 후인 지난 25일 베이징시 당국으로부터 자율주행차 도로 시험운행 허가를 받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이번달 만료되는 우버의 자율주행차 시험 허가 권한을 갱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앞서 일본 도요타자동차도 시험운행을 중지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그래픽=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