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중국 정부는 보복관세로 즉각 반격에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23일 7개 분야 128개 품목의 미국산 수입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두렵지 않다… 끝까지 싸울 것"
해당 제품의 수입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30억달러(약 3조2500억원)에 이른다. 상무부는 이들 품목을 두 개 부문으로 나눠 각각 15%와 25%의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우선 신선 과일, 건조 과일, 견과류, 와인, 미국산 인삼, 강관(철강 파이프) 등 120개 품목에 15%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지난해 중국이 이들 품목에서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규모는 9억77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어 미국산 돼지고기와 돼지고기 가공품, 재활용 알루미늄 등 8개 품목에 25% 관세를 매길 예정이다. 작년 이들 품목의 수입액은 19억2000만달러에 달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과 정해진 기간 안에 합의를 이룰 수 없다면 1차 품목을 대상으로 조치에 나설 것”이라며 “미국의 조처가 중국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로 점검한 뒤 2차 품목의 보복관세 부과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중국은 정당한 이익을 지키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하면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이번 관세 부과 조치로 결국 미국이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비롯해 신화통신, CCTV 등 중국 관영 언론은 일제히 관련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통상전쟁에서 트럼프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중국은 전혀 겁먹지 않는다. 끝까지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CCTV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장부’에서 간과한 일곱 가지를 제시하며 통상전쟁을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관광, 교육 등 서비스 분야에서 막대한 흑자를 올리고 있고,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중간재를 빼면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적자는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점 등을 들었다.

미국의 535개 선거구 가운데 425개 선거구(79.4%)에 중국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미국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