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보험그룹 회장에 이어 에너지 분야 중국 최대 민간기업 회장도 경영권을 박탈당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정적으로 꼽히는 상하이 군부 세력 및 태자당(혁명원로 자제)과 연루됐다는 이유에서다. 시 주석이 자신의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들이댄 사정의 칼날을 끝내 피해가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당국에 의해 구금돼 조사를 받는 것으로 전해진 예젠밍 화신(華信)에너지그룹 회장이 경영권과 주주 권리를 모두 빼앗긴 것으로 확인됐다.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비서실장이 이끄는 대표단을 상하이로 보내 확인한 결과 예 회장이 수사를 받고 있으며, 그가 더 이상 최고경영자(CEO)나 주주가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발표했다. 화신에너지의 경영권은 상하이시 산하 투자기관인 궈성그룹이 인수했다.

화신에너지는 몇 년 전부터 맥주 제조업체, 항공사, 축구클럽, 호텔, 부동산 등을 잇달아 인수하는 등 체코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왔다. 체코 정부는 화신에너지의 기업 상황이 불안정해지자 이를 알아보기 위해 대표단을 파견했다.

국유은행의 전폭적인 후원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태자당의 지원을 등에 업은 것 아니냐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상하이 군부 세력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예젠밍은 작년 11월 미국에서 기소된 패트릭 호 전 홍콩 민정사무국장의 해외부패방지법 위반과 돈세탁 혐의에 직접 연루된 것으로 전해졌다. 호 전 국장은 아프리카 원유 채굴권 확보에 나선 화신에너지를 대리해 차드 대통령, 우간다 외무장관 등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홍콩 빈과일보는 시 주석이 화신에너지를 비롯해 안방보험, 다롄완다, 하이난항공(HNA), 푸싱, 밍톈, 센추리 등 태자당과 연루된 7대 그룹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