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컨설팅업체 딜로이트는 앞으로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개인 소유와 운전자 주행’에서 ‘공유와 자율주행’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가 우버, 디디추싱, 그랩(Grab) 등 승차공유 업체와 앞다퉈 제휴하는 배경이다.
"모빌리티 플랫폼이 승부처"… 자동차 시장 패러다임 바뀐다
현대차는 지난 1월 동남아시아 최대 승차공유 업체인 싱가포르의 그랩을 전략적 파트너로 택했다. 아이오닉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을 활용한 신규 모빌리티플랫폼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제휴를 통해 가입 운전자 240만 명, 하루 평균 운행건수가 400만 건에 달하는 그랩의 방대한 노하우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동남아는 현대차에 열세 지역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동남아 자동차 시장은 일본 기업이 80%를 장악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 업체의 점유율은 3.6%에 불과하다. 현대차가 동남아 점유율을 높이면 중국과 미국 시장이 부진해도 상쇄할 수 있다. 그랩과의 제휴로 승차공유라는 신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매출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독일 미국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들도 차량만 생산, 판매해서는 미래 경쟁력에서 뒤진다고 판단해 승차공유와 같은 모빌리티플랫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미국 우버의 경쟁 승차공유 업체인 리프트(미국), 르노닛산은 디디추싱(중국), 도요타와 혼다는 그랩과 제휴를 맺었다.

작지만 기술과 서비스 측면에서 앞서가는 차량공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독일 BMW는 스쿠프(미국)와 섬몬(인도), 다임러는 투로(미국)와 카림(아랍에미리트), 도요타는 겟어라운드(미국)와 마스(핀란드), 폭스바겐은 게트(이스라엘)에 각각 거액을 쏟아부었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독자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도 내놓고 있다. 다임러의 카투고, BMW의 드라이브 나우, GM의 메이븐, 폭스바겐의 모이아 등이 대표적이다. 자사의 대표 차량을 대규모로 빌려주는 기업 차량공유 방식이다. 메이븐은 올여름부터 개인차량 공유를 중개하는 서비스를 추가하기로 했다. 카투고와 드라이브 나우는 최근 합병을 추진하며 유럽과 미국에서 우버를 견제할 채비를 하고 있다.

자율주행플랫폼 개발을 위해 인텔, 엔비디아, 구글 웨이모, 오로라 등 정보기술(IT) 기업과 ‘동맹’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를 생산하는 엔비디아와 중앙처리장치(CPU) 반도체를 만드는 인텔이 주도하는 자율주행시스템 개발 동맹에 다임러, 폭스바겐, 포드, BMW,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메이커들이 합류해 자율주행차 시장의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