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고위직에 철강산업으로부터 직간접 혜택을 받은 인물이 대거 포진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른바 ‘철강 장학생’들이 미 철강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정책을 좌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일괄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해 각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 호주 외에 관세 면제 국가를 추가로 지정한 뒤 오는 23일부터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대(對)중국 초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부터가 그렇다. 그는 2012년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중국에 의한 죽음(Death by China)’을 제작하면서 비용을 철강업체 뉴코어로부터 지원받았다. 뉴코어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미 최대 철강업체다.

WSJ에 따르면 나바로는 당시 댄 디민코 뉴코어 최고경영자(CEO)에게 재정 지원을 요청했다. 뉴코어는 비영리단체를 통해 자금을 지원했다. 그는 이 영화에 톰 댄크제크 미국철강협회 회장 등을 출연시켜 중국의 철강 과잉생산과 덤핑수출 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철강업계에서 큰 돈을 번 인물이다. 사모펀드 경영자이자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인 그는 10억달러를 투자해 파산 위기에 처한 베들레헴철강과 LTV코퍼레이션을 인수해 인터내셔널철강그룹(ISG)이란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구조조정을 거쳐 2005년 45억달러를 받고 인도 철강회사 미탈그룹에 ISG를 매각했다. 그는 상무장관 취임 직전까지 미탈그룹 이사로 재직했다.

또 다른 ‘통상 매파’로 분류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워싱턴DC 로펌 스캐든에서 30년 가까이 변호사로 일하면서 미 주요 철강업체를 대리해 덤핑 소송 등을 주도했다.

지난 17일 상원에서 상무부 국제통상담당 차관으로 인준받은 길버트 캐플런 역시 통상전문 변호사로 워싱턴DC에서 철강업계 로비스트로 활동했다. 5일 상원 인준을 통과한 제프리 게리시 USTR 부대표(아시아·유럽 담당)도 라이트하이저와 함께 스캐든에서 근무할 때 미 2위 철강업체 US스틸을 위해 통상법 개정을 로비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한국 측 대표단은 17일 워싱턴DC에서 미국 측과 이틀간의 3차 협상을 마쳤다. 철강 관세 예외 지정 문제 등을 담판짓기 위해 19일부터 비공식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