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3차 정상회담에 합의하고 북·미대화 가능성까지 커지자 중국과 러시아 언론들은 한반도 정세가 대화 정국으로 전환된 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본 매체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회담 결과에 당혹스러워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브리핑을 인용해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한 사안들에 관해 미국과 회담을 개최할 용의를 나타냈고, 오는 4월 말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솔직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밝힌 정 실장의 브리핑 내용을 전했다.

러시아 정부는 남북 간 합의에 대해 공식 견해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의회 고위 인사가 이 같은 대화 움직임을 높이 평가했다.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예브게니 세레브렌니코프 러시아 상원 국방·안보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남북회담과 관련해 이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세레브렌니코프 부위원장은 “러시아는 미국과 한반도 비핵화 대화를 하려는 북한의 노력을 지지하며 북한과의 긴밀한 관계를 고려해 대화의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긴장 완화를 위해선 모든 조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본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북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한·미·일 3각 협력을 강조했던 일본으로서는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는 얘기다. 일본은 그동안 남북 간 대화 분위기 속에서도 북한이 핵·미사일을 계속 개발 중이라며 대북 압력을 최고 수위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상회담 일정과 북측이 비핵화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향후 대응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당혹감과 놀라워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외무성 간부는 교도통신에 “한국 측으로부터 직접 진의를 들어보지 못하면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남한과 북한의 급속한 대화 분위기 진전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한국 특사단과 김정은의 면담 결과에 대해 “한국 측으로부터 제대로 설명을 듣고 싶다”며 “북한이 필사적으로 웃는 얼굴의 ‘미소 외교’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대북 제재로 궁지에 몰려 유화책을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정부는 주한 일본대사관 등을 통해 특사단과 관련된 정보 수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쉽사리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압력 노선 유지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은 “북한이 핵·미사일 정책을 바꾸는 것이 확인되기 전까지 대북 압력을 약화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