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국가주석 임기제한 폐지' 개헌 놓고 글로벌 학계서 난상토론
시진핑 '장기집권'에 엇갈린 시각… "독재회귀" vs "안정성 기여"
개인숭배가 만연했던 마오쩌둥(毛澤東) 독재 시대로의 회귀인가, 반부패 사정 등 정책 지속성과 체제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 추진을 놓고 글로벌 학계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일 보도했다.

이날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중국 헌법에서 '국가주석직 2연임 초과 금지' 조항을 삭제해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가능케 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헌 전 중국 지도자의 임기는 10년으로 제한됐으나, 개헌 후에는 원칙적으로 '종신집권'도 가능할 수 있게 된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 추진을 비판하는 진영에서는 이러한 시도가 법치주의의 붕괴, 1인 독재로의 회귀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데이비드 섐보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교수는 "장기집권 추진은 권력의 개인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정치 엘리트의 권력을 제한하고 규제하기 위해 세웠던 원칙이 하나둘씩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덩샤오핑(鄧小平)은 1978년 이후 중국 정치를 제도화하고자 많은 애를 썼으나, 2012년 집권한 시진핑은 이를 되돌리고 있다"며 "(장기집권 추진은) 중국 정치의 제도화를 퇴보시키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비판은 삼엄한 사상 통제를 받는 중국 내에서도 나온다.

천제런(陳杰人) 중국정법대학 교수는 "우리는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많은 인재가 중국 내에 있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며 "중국의 운명을 한 사람이나 소수에 맡기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중국 인민에 대한 불신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이 초래할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비판 세력의 실종과 이로 인한 정책 리스크의 확대가 꼽혔다.

미 컬럼비아대학의 앤드루 네이선 교수는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된다는 것은 그가 성공과 실패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람들이 지도자의 정책에 대해 말하기를 두려워할 때 정책 실패의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미 키신저 중국연구소의 로버트 데일리 소장은 "지식인과 지방 관료의 침묵은 정책 성공을 위해 필요한 지방 정부와 시민사회, 기업 등의 피드백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장기집권'에 엇갈린 시각… "독재회귀" vs "안정성 기여"
이러한 비판적 견해가 서구 지식인의 주류를 이루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에서는 중국인의 입장에서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부패 사정, 경제 개혁, 부채 문제 해소, 빈곤 퇴치, 글로벌 무대의 영향력 확대 등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옹호하고자 중국 관영 매체가 내세우는 논리가 허구에 기반을 둔 것만은 아니라는 견해이다.

미 하버드대학의 에즈라 보겔 교수는 "시진핑의 장기집권은 그의 반부패 사정에 적대감을 품은 세력이 저항하거나, 정권을 잡는 것을 막으려는 측면이 있다"며 "이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우려로 인해 시진핑은 현재와 미래의 그의 정치적 권위를 강화하려고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런던 킹스칼리지의 케리 브라운 교수는 시 주석의 당내 권위가 민중의 절대적인 지지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브라운 교수는 "시진핑과 당 지도부는 그들이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어떠한 중국인도 중국이 국력이 약했던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은 뚜렷한 목적성, 안정성, 확실성을 지향하면서 중국의 미래에 대한 역동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장기집권 추진은)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정치적 권위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권력의 집중이 가져올 문제도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정책 결정과 지도부 인선의 합리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