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모함이 1975년 베트남전쟁 종전 이후 43년 만에 베트남에 입항하면서 베트남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4일 보도했다.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 전단은 5일부터 9일까지 베트남 중부 항구도시 다낭에 기항한다. 다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지역인 파라셀군도(중국명 시사군도), 스프래틀리제도(난사군도)를 마주 보는 곳이다. 중국은 인공섬을 조성하고 군사기지를 설치하는 등 남중국해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40년 전 미국을 몰아냈던 베트남이 미 항공모함 전단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작년 5월 응웬수언푹 베트남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에 맞서기 위한 군사협력 강화에 합의한 뒤 항모전단의 베트남 기항에 합의했다.

베트남은 중국을 견제하고 싶지만 미국을 끌어들이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베트남은 미국 항모전단 입항을 앞두고 중국을 안심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칼빈슨 전단의 베트남 입항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미국이 영향력을 키우는 만큼 남중국해에 군사 기지를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