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코피전략 입밖에 낸 사람 아무도 없어" 거듭 부인
전문가들 의견은 갈려…"솔직하지 못하다", "이전 정부와 차이없어"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을 상징하는 단어가 된 '코피전략'에 대해 정작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아시아 정책을 담당하는 한 고위 관리는 "백악관에서 그 단어를 입 밖에 낸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공식 성명은 물론 의회 브리핑 등을 통해 '코피전략'을 말한 적이 없다.

이 개념을 좋아하지도 않으며 지지하지도 않는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이처럼 미 정부가 반복해 부인하는데도 '코피전략' 가능성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데 대해 내부에선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코피전략'이라는 표현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넓게 확산하는데 당혹감을 드러낸 한 백악관 관계자는 "군사 갈등을 향해 눈덩이를 굴리는 듯한 인상을 주길 원치 않는다"면서 "이 이야기는 점차 줄어들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코피전략 없다" 해명에도 분분… '실제 고려중' vs '허풍일수도'
그럼에도 대북옵션을 거론할 때 이 전략이 계속 회자되는 이유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 파괴"나 "작은 로켓맨" 같은 과격한 발언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포함해 여러 설이 분분한 상황이다.

실제로 취임 초부터 국가 안보의 최우선 과제로 북한의 비핵화를 지목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 전쟁이 임박했다는 인상을 줬으며 이는 최근 북한이 대화 가능성을 내비친 이후에도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역대 최대 규모의 대북 단독 제재를 내놓고는 "그 제재가 효과가 없으면 우리는 제2단계로 가야한다"며 "제2단계는 매우 거친 것이 될 수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일부 외교 전문가들은 '코피전략'과 관련, 백악관이 실제로 선제 타격을 고려 중이라며 "솔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토머스 라이트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은 미 정부가 북한이 코피를 흘리도록 아주 작은 지점을 겨냥해 타격하는 계획을 부인하면서도 여전히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선제적 군사 공격과 이에 따른 북한의 대응으로 일어날 수 있는 재앙적인 상황을 여전히 합법적인 선택안 중에 하나로 보고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그들(트럼프 행정부)이 의미를 갖고 장난친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과 관여' 정책이 모호해 이전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별 차이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연구원은 "현 정부가 마치 다른 것인 양하고 있지만 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다고 하면 바로 이 호전적인 말들만 남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피전략'은 고위 관리들의 실제 발언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머릿속 생각을 더 잘 포착한 것으로, 군사적 행동에 대한 기대를 상징하는 단어이자 현 대통령의 정책을 정의하는 외교 정책 수사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예컨대 이라크전쟁 작전명인 '충격과 공포'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집권 키워드가 된 식이다.
"코피전략 없다" 해명에도 분분… '실제 고려중' vs '허풍일수도'
또한, '코피전략'이라는 표현에 신경을 쓰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올 초 이 표현이 등장한 유래를 찾아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20일 영국 텔레그래프는 한 전직 미 관계자를 인용, 북한 김정은의 시선을 끌기 위해 '북한 코에 한방 먹이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 이 단어가 등장한 배경으로 추정된다.

때마침 미국의 외교 전문가들이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경고하던 시점이어서 이 표현은 더욱 주목받았다.

며칠 뒤에는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한 행사에서 북한을 겨냥해 "지금이 무력 충돌을 피할 마지막 최선의 기회"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코피전략'이 요건이 무엇인지, 트럼프 행정부의 정확한 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한 혼란이 계속되면서 불확실성을 더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코피전략'을 진지하게 검토한다는 주장을 펴는 이들은 이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가 주한미국대사 내정자 신분에서 낙마한 것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라이트 연구원은 "만약 무력을 사용하려 한다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왜 이 방법이 먹힌다고 생각하는지를 설명해야 하는데 이런 논의가 없다는 점이 매우 이상하다"며 현 정부의 군사 행동이 허풍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피전략' 꼬리표가 떨어지지 않자 맥매스터 보좌관은 각료들에게 현재 계획을 보완할 수 있는 "발가락 찧기"(stubbed toe) 전략에 착수하라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고 WP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