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구제금융으로 나라 살림을 꾸려온 그리스가 8년 만에 7년물 국채를 발행해 오는 8월 구제금융 졸업에 한발 더 다가섰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리스 재무부는 이날 7년물 국채를 연 3.5% 금리에 발행, 30억유로(약 4조130억원)를 조달했다. 국영 ANA통신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주문이 쇄도해 국채 신청 액수가 목표액의 두 배가 넘는 65억유로에 달했다. 이에 따라 조달 금리도 애초 예상한 연 3.75%보다 낮게 형성됐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아테네를 방문한 피에르 모스코비치 유럽연합(EU) 조세담당 집행위원에게 “시장에서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거래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채 판매 주관사는 바클레이즈, 씨티그룹, JP모간, 노무라 등 글로벌 투자은행이 맡았다.

그리스가 7년물 국채를 마지막으로 발행한 시점은 1차 구제금융을 요청하기 직전인 2010년 4월이다. 당시 채권 금리는 연 6%였다. 그리스는 지난 6일 채권 판매를 시작하려 했지만 미국 증시 폭락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개시일을 이날로 연기했다.

그리스는 EU 등 국제채권단으로부터 3차 구제금융 분할금을 낮은 이자에 받고 있어 채권시장에 당장 복귀할 필요는 없다. 8월 구제금융 종료에 앞서 시장 반응을 살피고 현금 여유분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 발행을 결정했다. 블룸버그는 “그리스는 8월까지 약 200억유로의 여유분을 모을 계획”이라며 “이 중 절반을 시장에서 조달하고 나머지 절반은 유로안정화기구(ESM)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스는 지난해 7월 5년물 국채를 연 4.625%에 발행해 30억유로를 조달하면서 3년 만에 성공적으로 채권시장에 복귀했다. 당시 신청 액수가 모집액의 두 배를 넘고 조달금리도 3년 전 5년물 국채 발행 때(연 4.95%)보다 떨어져 시장의 우호적인 기류가 반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7년물 국채 발행에 대해 “그리스 경제가 최악에서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