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 농산물 업체 카길이 빅데이터 기술을 농산물 유통에 접목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 채용에 나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디지털 기술의 부상으로 과거 입지가 흔들릴 것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FT에 따르면 카길은 지난 25일부터 웹사이트 구인공고를 통해 빅데이터 전문가를 모집하고 있다. 카길은 공고에서 “우리는 농업 분야 대부분의 공급망에서 중요한 입지를 갖고 있다”며 “여기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하면 시장에 대한 정보와 사업 관행을 개선할 방법을 알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머신러닝(기계학습) 등 첨단기술을 도입해 공장, 창고, 항구 등 글로벌 유통망에 흐르는 정보들을 분석하겠다는 의도다. 152년 역사를 가진 카길은 연간 수천만t의 농산물과 육류를 거래하며 상품의 생산·가공·유통 전반에 관여해 ‘세계인의 식탁을 지배하는 회사’로 불린다.

카길의 저스틴 커쇼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최적의 선적 경로 탐색, 농작물의 건강을 평가하기 위한 위성 사진 해석, 새우가 사료를 먹을 때의 음향기록 분석 등에 머신러닝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카길의 이런 움직임을 디지털 시대의 격랑 속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확보하기 위한 대응책이라고 분석했다. 감정과 실수는 배제한 채 전문 트레이더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검토할 수 있는 AI 등장,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한 선물 거래 급증 등에 따라 전통적 의미의 지식은 점점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카길은 머신러닝 기술 도입을 위해 정보기술(IT) 기업 구글과도 협력 중이다. 구글은 카길에 기술 플랫폼을 제공하기로 했고, 카길은 위성 데이터를 분석하는 구글의 자회사 데카르트연구소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