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베네수엘라 군인 60여 명이 콜롬비아 북부 아라우카주에 있는 작은 도시에 무단 잠입해 베네수엘라 국기를 꽂고 이틀간 농장을 점거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국경 라인을 잘못 읽어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해명하고 이틀 만에 철수했다.

중남미 '핑크타이드' 퇴조 계속될까
엘티엠포 등 콜롬비아 주요 언론은 “배고픔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인들조차 배고픔을 참지 못해 국경을 넘어 식품과 가축 등을 갈취했다는 설명이다. 현지 기업 관계자는 “(경제 실정으로) 배고픈 베네수엘라가 언제 콜롬비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일지 모른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며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좌파정권의 막장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KOTRA가 최근 발간한 ‘신(新)통상시대 중남미 주요국의 다각화 전략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남미 정치지형은 원자재 국제가격의 등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2000년대 초 원자재 붐과 함께 베네수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등에 온건좌파정권(핑크타이드)이 들어섰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자 핑크타이드의 보호적·배타적 경제정책의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민심이 돌변했다. 지도층에 만연한 부정부패까지 겹쳐 좌파정권은 급속히 퇴조했다.

2015년 11월 기업인 출신 마우리시오 마크리가 아르헨티나에서 대통령에 당선돼 12년간의 좌파 집권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마크리 대통령은 재정 긴축과 규제 완화, 외자 유치 등 강력한 친(親)시장 정책을 시행하면서 지지를 받고 있다. 세계은행은 2016년 2.3%(추정) 뒷걸음질친 아르헨티나 경제가 올해와 내년엔 각각 2.7%, 3.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엔 페루와 브라질에서도 좌파정권이 대통령선거와 탄핵을 통해 무너졌다. 17일(현지시간) 칠레 대선에서 우파 성향의 기업인 출신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중남미에서 ‘신(新)중도우파 집권’이 추세로 이어질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내년엔 브라질을 포함해 멕시코 콜롬비아 등 8개국에서 대선이 치러진다. 멕시코에선 내년 7월 민족주의 성향 좌파지도자 안드레스 마누엘 오브라도르의 당선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브라도르는 경제성장률 6% 달성, 부패 척결, 공무원 임금 삭감, 일자리 창출, 대미 경제 의존도 축소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중남미에서 좌파가 집권하고 있는 국가는 쿠바, 니카라과,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우루과이다.

보고타·산티아고=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