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IT·바이오·농업까지… 기술벤처 투자 격전장 된 '실리콘와디'
글로벌 기업들이 이스라엘로 몰려들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은 물론 자동차, 화학을 비롯해 유전자 제약 농약 기업들도 이스라엘 기술 벤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최근 들어선 일본 종합상사까지 이스라엘에 거점을 두고 유망한 기술 벤처를 찾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스라엘이 기업들의 격전장으로 변하면서 ‘실리콘 와디’(히브리어로 계곡이라는 뜻)가 미국 실리콘밸리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도요타, 알리바바 등 벤처 사냥

지난달에도 글로벌 기업들이 굵직한 이스라엘 벤처를 사들였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지난달 30일 이스라엘 벤처 비주얼리드를 인수했다. 자세한 인수금액은 나오지 않았지만 수천만달러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주얼리드는 QR코드 관련 암호기술 기업이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전문가 피터 틸은 5일 이스라엘의 바이오기업 케모맙을 1000만달러에 사들였다. 독일의 자동차 부품기업 콘티넨털은 지난달 설립한 지 5년도 채 되지 않은 보안업체 아르거스를 4억달러에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도요타도 로봇기업 인투이션로보틱스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외신이 지난달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 애플 IBM 아마존 등 IT기업들은 이스라엘에 거점을 두고 인수 기업을 찾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멕시코 농업기업 멕시켐이 이스라엘 관수기업인 네타핌을 인수했다. 일본 미쓰비시제약은 7월 이스라엘 제약 벤처인 뉴로덤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뉴로덤은 파킨슨병 치료제제를 연구하는 기업이다.

◆일본의 상사도 나서

이처럼 이스라엘에선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성사된 M&A만 100건이 넘는다. 올해 상반기 M&A 금액은 16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해 실적(266억달러)을 크게 앞지를 전망이다.

중국과 일본 기업이 유독 이스라엘 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스라엘에 거점을 둔 일본 기업만 60개가 넘는다. 2015년에는 30개가 채 되지 않았다. 2년 사이에 두 배로 늘었다.

이스라엘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해외에서 유입되는 자금도 증가하고 있다. 올해 3분기 144개 기업이 14억4000만달러를 해외에서 조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54% 늘어난 금액이다. 평균 조달 금액은 1000만달러로 사상 최대다. 부동산 관련 소프트웨어 기업인 콤파스는 지난달 하루 사이에 1억달러를 투자받아 화제를 모았다.

이스라엘은 연간 최대 1500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탄생하는 국가다. 이들 스타트업은 웬만하면 해외에서 투자받고 실적이 좋으면 팔려나간다. 이런 스타트업을 잡기 위해 사업 다각화에 목마른 종합상사까지 뛰고 있다. 일본 스미토모상사는 지난 3월 실리콘밸리에 벤처투자 사무실을 연 데 이어 텔아비브에도 벤처 거점을 두기로 했다.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유망한 기업이 있으면 곧바로 현지에서 기업에 투자하는 시스템을 갖춘다.

◆사이버보안, 핀테크 인기

이스라엘 벤처에서 역시 인기가 있는 기업은 사이버 보안이나 핀테크(금융기술) 관련 업종이다. 이스라엘 군사 기술에서 파생된 기술들이 벤처로 나오기 때문이다. 보안 기술도 강하지만 첨단 IT 기술도 즐비하다. 올해 미국 인텔에 인수된 모빌아이는 카메라 센서업체였다. 이 기술이 자율주행에 필요한 기술로 변했다. 중국 기업들이 특히 이런 기업을 노리고 있다.

신흥국인 인도 기업도 이스라엘에 접근하고 있다. 창의성과 민첩성, 리스크를 감수하는 능력 등을 키우고 지원하는 이스라엘이다. 연구개발 인력이 세계에서 인구 비율로 볼 때 가장 많다는 분석도 있다.

시무리크 지스만 지스만법률자문기업 대표는 “투자가들이 갈수록 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이스라엘 벤처기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의 하이테크 기술은 세계 기업 혁신의 원천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