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위력 약화·합의조건의 비대칭.불균형 우려
美전문가 "대북 협상에 대비한 트럼프 행정부 전략부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상대로 '쌍중단(雙中斷) 합의' 수용 불가를 관철시켰다고 공개 천명한 배경에는 쌍중단에 대한 미국의 거부감이 자리잡고 있다.

'쌍중단'은 미국과 북한의 대결 고조를 막고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자는 것으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체제 협상을 병행 추진하자는 쌍궤병행(雙軌竝行)과 함께 시 주석이 제안한 북핵 해법이다.
'쌍중단 폐기' 담판벌인 트럼프 속내는?…"탈중국 프레임 전략"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쌍중단이 북핵 문제 해법으로 가장 합리적 방안이며,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이 쌍중단을 반대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에 방위력이 약화할 수 있는 데다 1990년대 비슷한 아이디어가 시도됐지만 이미 실패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자칫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핵·미사일 도발이 '도덕적 등가성'을 갖는 것으로 잘못 비칠 수 있다"며 "북핵 대치 상황을 고집불통의 미국 행정부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간의 갈등이라는 측면으로 단순화시키려는 중국 프레임에 말릴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WP는 '비대칭과 불균형'의 리스크도 꼽았다.

"미국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취소한 뒤 몇 주나 몇 달 뒤에 북한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깬다면 그때 가서 연합군사훈련을 바로 정상화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기간 중국과의 '북핵 담판'을 통해 중국의 대북제재 강화 약속 등 북핵 위기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평가받을 만하지만, 대화 국면에 대비한 '비핵화 프로세스' 가동 시 정교한 전략 부재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미 싱크탱크 카네기 국제평화기금의 핵 정책프로그램 이사인 핵물리학자 제임스 액턴은 WP에 "대북 협상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이 무엇인지, 어떤 조건에서 제재를 풀 수 있는지 등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제대로 된 밑그림이 없어 보인다"며 "제재를 가하는 데만 능하고 해제할 조건에 대해서는 서툰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만도 대북 협상 재개 조건을 놓고 최소한 3가지 다른 이야기를 접해야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 연설에서는 '미사일 개발 중단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꼽았지만 앞서 일본 방문에선 일본인 납북자들의 송환이 '무언가의 시작이 될 수 있는 대단한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했다"며 "조셉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북한이 60일간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는 게 대화 재개의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쌍중단'에 필적할 뾰족한 대안도 가진 것 같지 않다"며 "비핵화 합의 이전에 신뢰를 쌓아나가는 과도적 단계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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