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에너지정책 등의 실책으로 지지율이 역대 최저로 급락하던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대규모 정전사태로 또다시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대만 야당이 일제히 차이잉원 정부에 대해 비난의 포문을 퍼붓자 차이 총통은 결국 재사과를 하는 수모를 당했다.

17일 대만 연합보 등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전날 오후 특별담화를 통해 무려 828만 가구에 전력공급이 끊긴 대규모 정전사태에 대해 거듭 사과하면서 문제의 핵심은 취약한 에너지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차이 총통은 "전력공급은 민생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의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자연재해든 인재든 전력시스템이 쉽게 마비가 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스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수년째 방치돼 왔다"면서 대만의 인프라 안전을 제고하고 '탈원전'의 마지노선을 견지하면서 분산식 녹색에너지 발전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전 피해를 입은 가구들을 위한 보상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대만전력공사는 정전 당일 전기요금을 빼주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렇게 되면 대만전력공사는 3억6천만 대만달러(144억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

이를 두고 잘못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업체인 중유(CPC)사가 하고 보상은 대만전력공사가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정전 사태는 CPC 직원이 가스공급 밸브를 실수로 2분간 잠그는 바람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전으로 151개 기업이 입은 직접적 손실은 8천900만 대만달러(약 35억6천만원)에 달했으며 반도체 업체인 르웨광(日月光)도 1천500만∼2천400만 대만달러(약 6억∼9억6천만원)의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산됐다.

린취안(林全) 행정원장(총리)은 전날 리스광(李世光) 경제부장(장관)의 사의를 수리한 데 이어 전담팀을 꾸려 CPC사와 대만전력공사를 상대로 감찰에 들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대만 야당은 차이 총통과 린 원장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다.

국민당 의원들은 차이 총통이 잘못을 남에게 떠넘기기만 한다면서 린 원장이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당 린잉청(林盈成) 화롄지부장은 "차이 총통이 성의를 보이지 않고 모든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훙슈주(洪秀柱) 전 국민당 주석도 "잘못된 정책은 대만을 밝힐 수 없다"며 차이 총통의 대선 당시 구호였던 "대만을 밝히겠다"를 비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사평론가 황웨이한(黃暐瀚)은 "'정전이었을 뿐 전력이 부족하지는 않다'는 차이 총통의 주장을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현재 전기가 부족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4년 전 차이 총통이 민진당 주석 시절에 대만엔 전력이 부족하지 않고, 효율적인 전기사용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면서 현재 대만이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차이 총통에 대한 여론 지지도는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

지난 7∼8일 민진당 성향의 싱크탱크 대만민의기금회가 1천74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차이 총통 정부에 대한 만족도는 29.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만 차이잉원, 정전사태에 잇단 사과 '수모'… 지지율 추락
(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lovestaiw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