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 소국' 에스토니아의 기적
세계 1위 인터넷 전화업체 스카이프, 세계 최대 개인 간(P2P) 국제송금업체 트랜스퍼와이즈, 세계 최초 식료품 배달 로봇 제조업체 스타십테크놀로지…. 발트해 연안에 자리잡은 인구 130만 명의 에스토니아가 탄생시킨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들이다.

에스토니아가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떠오르고 있다.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해 ‘제로 베이스’에서 나라를 다시 일군 지 25년여 만에 연간 1만 개가 넘는 신설 기업을 배출하는 ‘창업대국’이 됐다. 인구 10만 명당 신설 법인(782개·2015년 기준)으로 따지면 한국(184개)의 네 배가 넘는다.

에스토니아인은 핀란드와 같은 핀족 계열로 두뇌가 우수하고 교육열이 높다. 하지만 인구가 적은 탓에 프로이센, 스웨덴, 러시아 등의 지배를 받았다. 이들이 잠재력을 발휘한 건 옛 소련에서 독립한 1990년대 초부터다.

에스토니아는 ‘디지털 사회를 구현해 단숨에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인터넷 접근권을 ‘국민기본권’으로 선언하고 산골 마을에까지 무선통신망을 깔았다. 투표, 납세, 진료 등 2000개가 넘는 공공 및 민간 서비스를 디지털화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을 의무화했다.

창업친화적인 환경도 조성했다. 법인세율을 0%로 하되 배당에만 20%씩 세금을 부과하는 세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15분이면 회사 하나를 설립할 수 있도록 창업 절차를 간소화했다. 세계 최초로 전자시민권(e-Residency) 제도를 도입해 외국인도 쉽게 창업할 수 있게 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에스토니아의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다. 창업 열풍에 힘입어 지난 1분기 고용자 수가 직전 분기보다 2.8% 늘어나 유럽연합(EU)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탈린=유창재/김태호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