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호황에 막가파식 정책 펴지만, 호황 주역 실리콘밸리는 트럼프에 등 돌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대다수 지성과 언론의 반대에도, 파리협정 탈퇴 등 '막가파식' 정책을 계속 펼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는 가장 큰 이유가 지금 미국 경제가 매우 좋기 때문이라고들 말한다.

현재 미국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실업률은 4.3%로 16년래 최저치를 기록했고 주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는 과거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임기 때 펼쳐놓은 정책들이 토양이 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에 경제가 최고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은 자신에 대한 경제계의 신뢰와 자신의 일자리 창출 노력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경제의 호황은 실리콘 밸리 대기업들의 수년에 걸친 두 자릿수 연간성장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현재 미국 증시의 시가총액 1위에서 5위인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은 모두 실리콘 밸리 IT 기업들이다.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와 차량공유업체 우버ㆍ리프트,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 칩 제조업체 엔비디아 등 미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와 트럼프는 애초부터 시선과 방향이 달랐다.

트럼프는 전통 제조업을 부흥시켜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신규 이민을 억제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는 외국 우수 인력을 유치하지 못하면 존재 자체가 어렵고, 혁신과 창조로 전통 산업을 대체하겠다는 것이 기본적인 지향점이다.

대통령 당선 직후 서로의 필요에 따라 '테크 서밋'을 통해 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모색했던 트럼프와 실리콘 밸리의 허니문은 오래가지 못했다.

트럼프가 취임 직후 밀어붙인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둘의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샌프란시스코의 순회 연방항소법원에서 트럼프의 1차 행정명령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일 때 120여 개 IT 기업들은 '법정의견서'를 통해 트럼프의 명령은 종교에 기반을 둔 것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을 공식으로 개진했다.

2차 행정명령에 대한 재판에서도 IT 대기업들은 역시 법원에 같은 의견을 제출했다.

지난달 27일에는 팀 쿡 애플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 실리콘 밸리 IT 업계 거물 12명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텍사스 주지사에게 대표적 성 소수자 차별법으로 불리는 '화장실 법'을 통과시키지 말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트럼프와 실리콘 밸리의 갈등은 1일 트럼프가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하면서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실리콘 밸리에서 거의 유일하게 트럼프 정부의 경제자문위원으로 남아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기후변화는 실체"라면서 트럼프의 기후변화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비난하며 자문단을 떠나겠다고 발표했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의 팀 쿡 CEO는 "지구를 위해 잘못된 결정"이라며 "협정에 남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지만 충분하지 못했다"고 한탄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도 "오늘의 결정에 실망했다"며 "우리는 더 깨끗하고 번영하는 미래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25개 주요 기업은 트럼프가 파리협정에 남을 것을 촉구하는 편지를 뉴욕타임스에 전면광고로 싣기도 했다.

IT 전문매체 벤처비트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을 약화시키게 될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IT 기업의 총수들이 모두 드러내놓고 반대하면서 이미 불편한 사이였던 실리콘 밸리와 트럼프 대통령 간의 긴장은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해졌으며, 앞으로 훨씬 더 불편한 사이로 발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스캔들'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새로운 기득권으로 성장한 IT 거물들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갈등 고조가 트럼프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