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결국 '파리협정' 공식 탈퇴 선언…반쪽된 기후협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국제협약인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협정(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주도로 195개 회원국이 2015년 말 협정서에 서명한 지 1년5개월 만이다.

미국의 탈퇴 선언에도 중국과 유럽연합(EU), 인도, 캐나다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은 파리협정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체결에 앞장섰던 미국이 탈퇴하면서 파리협정은 반쪽짜리 협정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도 협정국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지난해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약속한 대로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지난 3월 파리협정 발효에 따른 당연 의무사항인 탄소세 도입을 이행하지 않기로 하는 등 협정에서 손뗄 조짐을 보여왔다.

파리협정은 회원국들이 자율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하고 이를 5년마다 점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 때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26~28% 감축하기로 약속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파리협정을 이행하면 미국 내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우려해왔다. 미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파리협정으로 미국 내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 산업에 각종 규제가 도입되면 2040년까지 20만6104개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와 규제 완화, 인프라 투자 등으로 10년 내 연평균 3~4% 경제 성장과 2500만 개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파리협정이 그런 일자리 공약에 역행하는 ‘규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세력인 자동차 업체와 에너지 기업들도 파리협정에 강하게 반대해왔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탈퇴로 다른 회원국의 ‘도미노 탈퇴’가 우려된다고 관측했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개발도상국들이 협정국으로 남아 있을 인센티브가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파리협정 유지도 차질을 빚게 됐다. 미국은 개도국을 지원할 ‘녹색기후펀드’와 유엔 기후변화 사무국 운영비의 가장 큰 몫을 담당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녹색 기후펀드에는 2020년까지 매년 30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내기로 했다. 연간 목표 재원(1000억달러)의 3%다.

파리협정 탈퇴 선언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은 갈리고 있다. 민주당은 미국의 가치를 포기하는 행위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마이클 베넷 상원의원은 “파리협정 탈퇴는 혁신과 과학, 국제사회의 리더십 면에서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테슬라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정보기술(IT)업계 최고경영자들도 협정 탈퇴에 반대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