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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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6不' 다짐에도 영향력 확대·군사거점화 의구심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공영발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주변 각국이 그 정치적 의도에 우려를 보이면서 곳곳에서 난관에 부딪혀 있다.

심지어 중국의 최대 우군이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조차 속으로는 일대일로 구상을 견제하는 중이다.

일대일로는 중국에서 유럽까지 세계 60여개국의 인구 40억명과 세계경제 40%를 커버하는 지역의 육상과 해상을 철도, 도로, 항만으로 연결하고 인프라 건설, 무역 증진, 에너지 투자를 꾀하는 경제개발 구상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런 인프라 건설 과정에서 남중국해, 인도양, 중동,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영향력 확대에 나서면서 군사 거점화를 촉진할 것이라는 우려를 사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4일 베이징에서 개막한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에서 주변 각국의 이런 의구심에 "6가지를 하지 않겠다"(6不)는 다짐을 했다.

별도의 방안을 추진하지 않고 전략 연계와 강점 보완에 집중하는 한편 타국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사회제도와 모델을 수출하지도 않을 것이며 지정학적으로 힘을 겨루지 않을 것이고 지역안정을 훼손하는 '소(小)블록'을 추구하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 일대일로를 슝안(雄安)신구 개발을 핵으로 하는 징진지(京津冀,베이징·톈진·허베이의 약칭) 협동개발구, 창장(長江) 경제개발구와 함께 중궈멍(中國夢·중국의 꿈)을 이루는 3대 국가경제 개발 전략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판스핑(范世平) 대만 사범대 정치학연구소 교수는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엔 미국의 경제 포위망을 돌파하고 자국의 경제안보를 강화하며 서부내륙의 경제개발을 추구하려는 세가지 의도가 담겨있다고 전했다.

이 중에서도 육상 실크로드 경제대(經濟帶)를 일컫는 '일대'는 일본과 러시아를 가로막는다는 지적과 함께 그 경로인 신장(新疆)의 안전 우려가 일면서 최근 들어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활동이 주춤해진 상태다.

특히 '일대'의 첫 정거장인 카자흐스탄과는 중국이 엄청난 공을 들였음에도 교역량이 하락하는 중이다.

카자흐는 지난 2013년 시 주석이 방문하면서 처음 일대일로 구상을 발표했던 곳이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카자흐의 대(對) 중국 수출은 54억8천만 달러로 전년보다 44.1%나 줄면서 양국간 교역액은 105억7천만 달러로 전년보다 38.8% 하락했다.

카자흐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금액 기준으로 13.3%로 0.1% 포인트 감소했다.

되레 러시아와의 교역은 급증했다.

러시아가 중국의 일대일로 제창 이듬해인 2014년 카자흐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결성한 때문이었다.

카자흐를 비롯한 중앙아시아는 모두 옛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로 러시아의 세력범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정상포럼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대일로를 바라보는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다.

카자흐도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아선 안된다"며 외교 다각화를 추진하며 중국의 경제원조를 받으면서도 자국의 전략적 지위와 풍부한 석유 자원 등을 활용해 '몸값'을 높였다.

진주목걸이 모양의 해상 실크로드인 '일로'에서도 중국의 다중적인 전략의도를 경계하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당장 인도가 포럼 불참의 뜻을 밝히며 일대일로 사업이 각국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을 비롯한 일대일로 사업이 인도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태국에서 말레이 반도를 관통하는 크라운하 건설 계획도 중국 일대일로 사업과의 연관 의혹으로 눈길이 곱지 않다.

태국은 500억 달러의 건설비를 들여 남부 말레이반도의 잘록한 135㎞ 구간을 관통하는 폭 400m, 깊이 30m의 운하를 건설,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말라카해협을 통과할 때보다 운항시간 2∼5일, 항해거리 1천200㎞를 단축하게 된다.

태국은 지난해 5월 중국산업촉진협회와 태국운하계획 협약에 서명하고 중국 측이 세차례나 실지탐사를 벌였는데도 "일대일로 사업과 관련이 없으며 중국 정부와 접촉한 바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말래카해협 및 남중국해 주변 국가의 지정학적 기능과 전략가치를 크게 위협할 수 있는 이 운하를 중국의 지원으로 추진하는데 대한 경계심 때문으로 해석된다.

미얀마 등 다른 동남아지역에서 중국이 추진하는 수력발전소나 가스 수송관 건설도 곳곳에서 소수민족과의 분쟁, 내부 권력투쟁, 주민 생존권 침해, 환경오염 유발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덩샹이 중국 둥화(東華)대 연구원은 "베트남은 중국이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는 배후의 정치적 목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중국 측에 여러 부대조건을 내걸면서 자주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