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끌 위임 확보 의도…탈퇴 협상전략에 대한 야권 반발에 승부수
제1야당 노동당 '환영'…여론조사선 여당이 상당한 격차로 리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오는 6월 8일 조기총선을 요청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메이 총리는 18일(현지시간) 내각회의를 주재한 뒤 총리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유럽연합(EU)과 (탈퇴에 관한) 세부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단 한 번의 기회가 있다.

우리는 지금 조기총선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그는 "영국은 EU를 떠나고 있고 '되돌아오는 일'(turning back)은 없다"며 "정부는 유럽과 새로운 관계에 관한 협상에 올바른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올바른 접근이고 국익이지만 다른 정당들은 이에 반대한다"며 "의회에서 단결 대신에 분열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 반대자들은 정부가 가진 의회 과반이 너무 작아 정부가 진로를 바꾸게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그들은 틀렸다"고 지적했다.

메이 총리는 "그들이 하는 일은 브렉시트에 대비해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정부의 협상 입지를 약화시킨다"며 "의회내 분열은 브렉시트를 성공으로 만드는 우리 능력을 위험에 빠뜨리고 영국에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의 확실성과 안정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은 조기총선을 실시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히고 "조기총선을 하지 않으면 그들(야권)의 정치적 장난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말 브렉시트 협상이 공식 시작된 가운데 정부의 포스트-브렉시트 비전과 탈퇴 협상전략에 대한 야권의 반발이 정부의 협상력을 약화하고 있어 조기총선을 통해 국민의 신임을 확인해 이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도로 조기 총선을 요청한다고 밝힌 것이다.

줄곧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 조기총선을 거부해온 메이 총리는 최근에, 어쩔 수 없이 마음을 바꿨다고 덧붙였다.

메이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은 하원 650석 가운데 330석이지만 실제 표결 의원수를 기준으로 17석의 과반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조기총선 요청안을 놓고 오는 19일 하원 표결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는 "국민 다수의 이익을 앞에 놓은 새로운 정부를 선택하는 기회를 국민에게 주는 총리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수용 의사를 밝혔다.

조기총선 요청안이 가결되려면 의회 3분의 2 찬성이 필요한 가운데 노동당 등 주요 야당이 찬성 의지를 밝힘에 따라 의회 표결에서 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여론조사들 결과들에 따르면 보수당이 지금보다 의석수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들어 공개된 여론조사들을 단순 평균하면 지지도에서 보수당은 42.6%, 노동당은 25.4%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총선 당시 득표율(보수당 37%·노동당 31%)과 비교하면 보수당 지지율은 오른 반면 노동당 지지율은 크게 떨어진 모습이다.

이에 일부 여당 의원들은 브렉시트 협상에 임하면서 조기총선을 치러 여당 의석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메이 총리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메이 총리가 안정적인 과반의석 확보와 리더십 강화를 위해 유권자들로부터 직접 브렉시트 위임을 얻으려고 조기총선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이는 2015년 총선을 이끈 전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지난해 브렉시트로 결론 난 국민투표의 책임을 지고 중도사퇴한 뒤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해 후임 총리직을 자동 승계했기 때문에 유권자들로부터 총리 위임을 직접 받지는 않았다.

영국 측 브렉시트 협상 대표인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장관은 이날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보수당의 의석 확대는 브렉시트 협상에서 정부의 입지를 강화시켜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