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보호무역? 쓰레기 같은 소리"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사진)이 16일(현지시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세계 경제에 대한 자해(自害) 행위와 같다’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의 지적에 “쓰레기 같은 얘기”라고 정면 비판했다.

로스 장관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라가르드 총재 등의 비판에 대한 의견을 묻자 “미국은 유럽연합(EU)이나 일본 중국보다 훨씬 덜 보호주의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은 이들 3개 권역과의 교역에서 모두 적자를 내고 있다. 그는 “EU 등은 겉으로는 자유무역을 거론하지만 사실은 보호무역주의적”이라며 “미국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그들이 하고 있는 조치를 취하려고 하면 그것을 보호무역주의라고 비판한다”고 주장했다.

로스 장관은 이런 비판이 ‘쓰레기 같은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들은 1970년대 이후 미국의 만성적 무역적자를 부른 다자 무역시스템을 유지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는 나머지 교역국이 계속 흑자를 내고 미국은 적자를 내는 구조를 더 이상 인내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스 장관은 미 정부 내에서 강경 보호무역주의자들과 온건 자유무역파의 중간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유보하는 등 국제교역에 유화적 태도를 보인 가운데 나온 로스 장관의 강성 발언은 IMF·세계은행(WB) 반기 총회 분위기와 관계가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오는 21일부터 사흘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WB 반기 총회를 앞두고 미국 비판 분위기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발언이라는 것이다.

FT는 18일 일본과의 첫 고위급 경제대화와 다음달 예정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 등에 앞서 상대국들에 ‘미국이 물렁해졌다’는 신호가 가지 않도록 예방한 발언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