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맥주 브랜드 '하이네켄'의 붉은 별 로고가 헝가리에서 정치 쟁점이 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헝가리 정부는 하이네켄 붉은 별 로고가 과거 공산주의 시절 전체주의를 상징하는 붉은 별을 연상시킨다며 이런 상표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야노시 라자르 헝가리 총리실 장관은 "법안이 의회에서 가결되면 국가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 같은 전체주의를 상징하는 심볼은 상품에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며 "헝가리 정부는 나치와 볼셰비키 치하에서 고통받은 국민에게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법을 어기면 20억 포린트(78억원)의 벌금과 2년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하이네켄측은 "로고에 어떤 정치적 의미도 없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똑같은 로고를 사용하고 있다.

헝가리 정부의 방침을 면밀히 검토하겠다.

논쟁이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이네켄 별 로고는 1930년대에 처음 등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공산주의와 별 로고가 연계되자 회사 측은 붉은 별을 흰 별로 바꾸기도 했다가 1991년 소련이 붕괴하자 다시 붉은 별로 바꿨다.

일각에서는 하이네켄이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 지역의 소규모 맥주업체와 상표권 분쟁에서 승소한 것을 두고 헝가리 정부가 보복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트란실바니아는 옛 헝가리 영토였던 곳으로 헝가리인들이 소수 민족으로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헝가리에서는 하이네켄의 붉은 별 로고가 2005년에도 법정 공방까지 가는 등 오래전부터 논쟁이 돼왔다.

당시 법원은 시민단체가 낸 상표 사용 금지 소송에서 하이네켄의 붉은 별이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