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 양국 정상, 사진촬영·기자회견장서 삐걱…英·日 정상회담과 대비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사진촬영을 하는 미국과 독일 정상.[https://youtu.be/cAaMfl-Dn9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첫 정상회담에서 초반부터 삐걱대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17일(현지시간) 백악관 내 집무실 오벌오피스에 나란히 앉아 사진을 촬영하면서 악수를 하지 않아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사진 기자들이 악수하는 장면을 요청하자 메르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쳐다보며 "악수하실래요?"라고 물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 말도 듣지 못한 것처럼 얼굴을 찌푸리고 손끝을 모은 채 기자들만 바라봤다.

메르켈 총리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사진촬영 내내 메르켈 총리 쪽으로 눈길조차 던지지 않았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메르켈 총리에게 손을 내밀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모습은 앞서 영국·일본 정상회담에서의 악수 장면와도 대비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과의 정상회담 당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손을 아저씨처럼 꼭 쥐고 토닥여 구설에 올랐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만나서는 오벌오피스에서 손을 놓아주지 않고 악수를 이어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은 브렉시트 전령사인 메이 총리의 손은 오래도록 쥐고 있었으면서 유럽통합의 화신인 메르켈 총리에게는 형식적인 악수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가 처음 백악관에 도착했을 때나 공동 기자회견장에서는 악수했다.

양 정상의 어색한 분위기는 기자회견장에서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도청 논란 관련 질문을 받자 "도청에 관해서는 나와 메르켈 총리는 아마 공통점이 있을 것"이라며 우스개를 던졌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메르켈 총리의 전화를 감청했다는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를 상기하며 내놓은 경솔한 농담이었지만 메르켈 총리는 움찔하며 입술을 뾰족하게 내밀면서 불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NSA의 메르켈 총리 전화 감청은 2013년 미국과 독일 관계를 뒤흔들었던 사건이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는 휴대전화를 엿듣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도청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간신히 양국 관계를 봉합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이 방위비의 공정한 몫을 내라며 '안보 무임승차론'을 언급할 때도 메르켈 총리는 얼굴을 싸늘하게 굳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메르켈 총리는 "사람들은 모두 다르고 능력과 태생도 다르다"며 "이는 다양성이고 좋은 것"이라며 원론적인 발언으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의견 차이를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독일 일간 슈피겔은 "이번 정상회담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냉랭했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