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 알렉산더 "직원 수도 한국이 고위직 포함해 중국 다음으로 많아"
"미국 가입도 환영…WB·ADB와 경쟁 아닌 협력 관계"


대니 알렉산더(45)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는 "한국은 AIIB의 중요한 회원국"이라며 "지난 50년간의 경제발전 경험이 이 지역의 큰 모범이 된다"고 강조했다.

알렉산더 부총재는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AIIB에 중국 다음으로 한국 직원이 많고 전직 부총리(현오석)도 자문 패널로 AIIB에 참여하고 있다"며 "불과 두 번째로 하는 AIIB의 연차 총회를 개최하는 것만 봐도 한국이 AIIB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국이 높은 지분율에도 부총재를 배출하지 못하는 등 한국의 역할이 작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반박한 것이다.

지난해 2월 한국 출신으로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이 AIIB 부총재로 선임됐으나 4개월 만에 물러났다.

이후 한국은 부총재직을 꿰차지 못하고 현오석 전 부총리가 국제자문단에, 유재훈 전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이 회계감사국장에 선임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영국 하원의원, 영국 재무부 1차관을 지낸 알렉산더 부총재는 6월 16일부터 사흘간 제주에서 열리는 제2차 AIIB 연차 총회 준비를 위해 기획재정부와 양해각서(MOU)를 맺고자 방한했다.

중국 주도의 AIIB 연차 총회가 중국 이외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렉산더 부총재는 최근 미국의 AIIB 합류 가능성과 관련해 "저희의 문은 항상 열려 있고 자격 요건만 갖추고 있다면 누구든 환영한다"면서도 "가입 문제는 미국이 결정할 일"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알렉산더 부총재와의 일문일답.



-- AIIB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간 성과를 평가하자면.
▲ 출발이 굉장히 좋았다.

지금까지 17억3천만 달러에 달하는 융자를 지원했고 7개국 9개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아시아 전역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외에도 예정된 프로젝트도 상당히 많다.

--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강화할 조짐을 보이는데 AIIB가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 AIIB 창립 자체가 국제 협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인프라 투자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경제가 번영하고 국민의 수준을 높이고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데에도 인프라 투자가 중요하다는 점을 회원국이 잘 알고 있다.

-- 최근 25개 국가가 AIIB에 합류할 의사를 밝혔는데 이같이 가입 러시가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 1년간 우리의 활동을 지켜본 결과 AIIB가 목표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고 보고 가입을 희망하는 것 같다.

또 전 세계적으로 인프라 투자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인프라 투자를 하려면 다자간 협력이 중요하다.

그 점이 여러 유럽 국가가 창립 멤버로 가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에서 열리는 연례총회를 할 때쯤 일부는 가입 승인이 되길 바란다.

-- 영국이 AIIB에 참여한 이유는.
▲ 국제 협력을 위한 중국 정부의 제안이 진정성 있어 보였다.

또 영국 같은 경우 지난 수십 년간 인프라 투자가 부족했는데, 필요성을 절감할 때 AIIB 제안이 왔다.

올바른 아이디어가 시의적절하게 제의됐기에 AIIB에 참여하지 않는 게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

-- 최근 진리췬(金立群) AIIB 총재가 인터뷰에서 미국 역시 AIIB에 가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 실제 미국이 합류할 가능성은 어떻게 보고 있나.

▲ 우리의 문은 열려 있다.

세계은행(WB) 회원국, 아시아개발은행(ADB) 회원국 누구든 가입할 수 있다.

자격을 갖추고 있다면 미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도 환영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미국 기업, 정부와 협력했고 AIIB에도 미국 출신 인력이 있다.

다만 결정은 미국이 할 일이다.

-- AIIB가 미국, 일본이 주도하는 WB, 필리핀에 본부를 둔 ADB와 경쟁 관계에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 경쟁이 아니라 협력 관계다.

현재 AIIB는 WB, ADB, 유럽개발부흥은행(EBRD) 등 많은 국제금융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이제까지 AIIB가 승인한 9개 프로젝트 중 6개가 이들 기관과 공동융자하는 사업이다.

아시아 인프라 수요가 워낙 크기 때문에 모든 기관이 함께 일할 만한 여지가 있고 협력하면 효과적으로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다.

-- 올해 제주에서 열리는 연례총회에서 중점적으로 논의할 사항은 무엇인가.

▲ 기후 변화 대처, 파리 협약에 부응하면서 경제발전을 이뤄내는 것이 아시아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인프라를 주제로 얘기할 계획이다.

또 민간 분야 투자 활성화도 논의할 방침이다.

아시아 인프라 투자에 수조 달러가 부족한데, 이는 각국 정부, 다자은행이 투자해도 부족하다.

--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나.

▲ 프로그램은 앞으로 몇 달에 걸쳐서 지속해서 확정할 계획이다.

세미나를 여러 개 계획하고 있고 패널, 연사들을 구성하고 있다.

개막식, 제주 문화행사 외에 한국 기재부 부총리가 AIIB 총재, 경영진과 의견을 공유할 기회, 기업들이 우리와 만나 프로젝트 정보를 얻을 기회도 있을 것이다.

-- 작년 총회에서 4건의 프로젝트가 승인됐는데, 올해 연례총회에서 몇 건의 프로젝트를 승인할 계획인가.

▲ 프로젝트는 우리가 결정하는 것도 있지만 다른 기관, 국가와 협력해야 해 변수가 많다.

지금으로써는 올해 연례총회에서 몇 개 프로젝트를 승인할지 계획은 없다.

그러나 올해는 작년보다 승인 프로젝트 수를 늘리고 금액도 늘릴 계획이다.

프로젝트의 내실을 기하는 일도 중요하다.

프로젝트를 위한 준비도 철저하게 하고 실제로 프로젝트가 이뤄지는 국가에 도움되는 것을 담보로 하고 AIIB의 전략에도 맞아떨어질 수 있도록 발굴해서 추진할 계획이다.

-- 올해 승인하는 프로젝트는 작년과 같이 다른 국제금융기구와의 협력 사업 위주인가.

▲ 공동 융자 형태는 굉장히 바람직한 협력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물론 다른 협력기관에도 리스크를 분담하고 준비과정을 공유할 수 있어서다.

반대로 AIIB가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발굴하는 프로젝트도 점차 늘릴 계획이다.

-- 지분율과 비교하면 AIIB 내에서 한국의 역할이 너무 작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 한국은 우리에게 중요한 회원국이다.

한국의 지난 50년간 경제발전 경험이 이 지역의 큰 모범이 되고 다른 국가에 나눌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내부적으로 보면 AIIB 직원은 중국 다음으로 한국이 두 번째로 많다.

고위직에도 한국 출신 분들이 많고 전직 부총리도 자문 패널로 참여하고 있다.

불과 두 번째로 하는 연례총회를 연다는 것도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 AIIB로 열린 인프라 수주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 먼저 연례총회 때 제주에 와서 AIIB가 돌아가는 모습을 직접 보고 앞으로 펼쳐질 기회를 접하길 바란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은 국적, 출신 불문 환영한다.

또 세미나에 참석해 AIIB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아이디어를 말씀해주시면 경청하겠다.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porqu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