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일자리는 백병전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 등 미국 내 투자유망 지역의 주정부 공무원들은 요즘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을 압박해 투자 약속을 받아내고 있지만, 과실을 따먹는 건 주정부 역량에 달렸기 때문이다. 투자유치 실패는 곧 다음 선거에서 낙선, 즉 자신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 기업들의 공장이 밀집한 조지아주의 카운티에서는 회사 유니폼을 입고 운전을 하다 사소한 신호위반으로 걸리더라도 경찰이 딱지를 떼지 않는다고 한다.

뉴욕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동포 A씨는 지난해 한국 국적의 직원 1명을 뽑았다가 곤경에 처했다. 뉴욕시에서 “영주권을 스폰서(후원)하면서까지 외국인을 뽑는 이유가 뭐냐”며 조사를 나왔다. 며칠 뒤에는 IRS(미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나왔다. A씨는 “미국인을 뽑으라는 무언의 압박”이라며 “이후에는 미국인이 아닌 사람을 뽑을 엄두를 못 낸다”고 말했다.

뉴욕시 공공도서관에서는 어느 곳이든 코딩(coding) 무료강좌가 개설돼 있다. 기본과정을 이수하면 실력에 따라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최근 만난 한 현지 기업인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백병전과 같다”고 말했다. 각 정부와 모든 공공기관의 끝단에서 악착같이 일자리를 챙긴다는 뜻이다. 심지어 투자이민에도 일자리 꼬리표가 붙는다.

이민에 인색한 트럼프 정부도 50만달러를 투자해 15명을 2년간 고용하면 ‘그린카드(영주권)’를 내준다. “미국에서 금융위기 이후 새로 생긴 1600만여개 일자리는 이렇게 만들어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의 제안은 이렇다. 한국 정부가 목매는 외국인 투자유치 실적을 금액이 아니라 일자리로 평가하면 어떨까. 법인세율을 올리더라도 고용창출세액 공제율을 지금의 10배쯤 높이면 어떨까. 해외공관장 우선 평가항목에 청년 해외취업 알선 실적을 넣으면 어떨까. 수만개 일자리를 늘릴 화끈한 정책 한 방? 그런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