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반이민 행정명령 대항 법적 조처 검토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반발하는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월가와 전통적인 제조업체, 소비재업체까지 확산하고 있다.

월가에서 반이민 반대의 선봉에는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새 행정부의 주요인사들을 배출한 골드만삭스가 나섰다.

로이드 블랭크파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30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낸 음성 메일에서 "다양성은 골드만삭스의 성공을 불러온 대표적 특성"이라며 "현재 일시적 입국 금지가 영구적인 게 된다면 이는 우리 은행과 임직원이 붕괴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이민 행정명령은) 우리가 지지하는 정책이 아니다"라면서 "이미 연방법원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7일 트럼프 대통령은 120일간 난민의 미국입국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난민·방미 학자·미국 영주권 보유자에 상관없이 이라크·시리아·이란·수단·리비아·소말리아·예멘 등 7개국 국민의 미국입국을 90일간 금지하는 반이민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멕시코에 국경장벽을 세우고 20%의 국경세를 부과한 직후다.

골드만삭스 출신들이 트럼프 행정부 요직에 대거 합류한 가운데, 골드만삭스 CEO의 이런 발언은 매우 눈에 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담당 핵심 요직을 맡게 된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디나 파월 경제담당 선임 고문 등이 모두 골드만삭스 출신이어서 이미 특수관계라는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이날 직원들에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다양성과 포괄성을 추구하는데 도전을 던져주고 있다며, 직원들과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안전을 증진하고 테러리즘과 맞서 싸우기를 원하지만, 정당한 법절차를 따르고 개인의 권리와 포괄주의의 원칙이 지켜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의 마이크 고르뱃 CEO도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행정명령이 보내는 메시지와 우리의 고객 대응 능력과 성장 기여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자 출신인 마스터카드의 아자이 방가 CEO는 "다른 많은 이들이 그런 것처럼 나는 우리 사회의 균열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JP모건체이스 제이미 다이먼 CEO 등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행정명령 때문에 잠재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직원들과 연락 중"이라며 "일부 가장 뛰어난 직원들은 이민자이며, 미국과 미국 경제의 안녕은 다양성에 힘입은 바 크다"고 말했다.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 중에서는 포드가 반대에 앞장섰다.

포드의 빌 포드 회장과 마크 필즈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반이민 행정명령'이 포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상반된다"면서 "이를 포함해 포드의 가치와 어긋나는 모든 정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든 사람에 대한 존경은 포드의 핵심 가치"라면서 "우리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있는 공장과 사무실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행정명령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포드 직원은 아직 없다"면서 "우리는 모든 이에 대한 존경이라는 핵심 가치와 일터에서의 포괄주의를 지켜나가면서 직원들의 안녕을 위해 애쓸 것"이라고 했다.

앞서 제프리 이멜트 GE CEO는 전날 내부에 회람한 이메일에서 "많은 직원이 거론된 국가 출신으로, 우리는 전 세계 전 지역에 걸쳐 사업을 하고 있다"면서 "이들 임직원은 우리의 성공에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GE는 새 행정부와 의회에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이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라면서도 트럼프의 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삼갔다.

미국의 대표적 소비재업체 코카콜라도 나섰다.

무타르 켄트 코카콜라 CEO는 "우리는 우리의 핵심 가치와 믿음에 반대되는 반이민 행정명령을 포함한 어떤 정책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반기를 든 IT기업들 사이에선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워온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 CEO는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항한 법적 조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은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연방 주중 처음 소송을 제기한 워싱턴주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베저스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미국처럼 이민자의 재능과 에너지를 잘 활용해온 국가는 없다"면서 "이는 미국을 위한 탁월한 장점으로, 우리가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