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법원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을 개시하기에 앞서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오는 3월 말 브렉시트 절차에 들어가려던 영국 정부의 구상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영국 대법원장 누버거 경은 24일(현지시간) “대법원은 8 대 3의 의견으로, 영국 정부가 의회승인 없이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고 발표했다.

영국 고등법원은 지난해 11월 정부가 유럽연합(EU) 헌법 성격인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해 브렉시트 협상 개시 의사를 EU 측에 통보하기 전에 의회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판결했다. 영국 정부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항소했지만 이날 대법원의 판결로 결국 패소했다.

리스본조약 50조는 ‘탈퇴를 결정하는 회원국은 유럽이사회에 그 의사를 통지한다. EU는 장래 관계를 위한 틀을 고려하고 해당국과 탈퇴 협정을 교섭하고, 이를 체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3월 말까지 50조를 발동하려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및 영국 내각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의회에서 법안 승인을 연기하거나 수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 대변인은 일단 판결 결과에 “계획대로 3월 말까지 50조 발동을 이행하겠다. 오늘 판결엔 이를 변화시키는 게 없다”며 애초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50조 발동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법안 수정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코빈 대변인은 판결 직후 “노동당은 50조 발동 절차를 좌절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브렉시트를 영국을 조세피난처로 만드는 기회로 삼는 것을 막기 위해 50조 발동 법안에 수정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단일시장에 대한 완전한, 무관세 접근과 노동자의 권리와 사회적·경제적 보호 유지 등의 원칙 아래 수정을 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BC는 하원(650석)의 과반인 329명의 집권 보수당 의원이 거의 모두 찬성표를 던지면서 메이 내각이 하원의 승인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