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법인세 인하' 대응
부가세·소비세 내리고 건보 기업부담 완화 추진
내년에도 친기업 정책 강화

중국 기업 "세금 부담 크다"
"미국서 공장부지 싸게 받고 법인세까지 인하하면
생산원가 중국보다 싸질 것"
지난달 8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 후 중국 재계에선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차오더왕(曹德旺) 푸야오그룹 회장의 발언이 화제가 됐다.

차오 회장은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제조업체들의 세금 부담은 미국 기업에 비해 35%가량 높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법인세율 인하(35%→15%) 공약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대다수 중국 기업은 “속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 정부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공격적인 세금 인하 정책을 펼치겠다고 나선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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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생산원가 낮추기 경쟁

중국 정부가 경기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세금 인하’ 얘기를 처음 꺼낸 것은 지난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자리에서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당시 ‘2016년 정부 업무보고’를 하면서 “기업들의 생산원가 부담 감소를 위해 연간 세금 부담을 5000억위안(약 86조원)가량 줄여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지난 5월부터 중국 정부는 영업세와 증치세(增値稅·부가가치세)를 부가세로 통합해 기업들의 연간 세금 부담을 5000억위안가량 줄여줬다. 또 실업보험 산업재해보험 양육보험 등 3개 사회보험의 기업 부담률도 낮추고 각종 행정수수료도 폐지했다.

중국 정부는 더 나아가 내년에 부가세 및 소비세율 추가 인하, 사회보험료 부담 추가 완화 등 올해보다 더 공격적인 세금 인하 정책을 펼칠 방침이다. 트럼프 정부의 내년 법인세율 인하 정책을 의식했다는 게 중국 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기간 중 법인세율 인하 외에 각종 세제혜택 정책을 제시했다. 중국 등 해외에 있는 생산 공장을 미국으로 ‘유턴’하면 법인세를 감면해 주고, 해외 유보 수익금을 미국으로 가져올 경우 10%의 저율 과세를 적용하겠다고 공약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해외에 있는 미국 기업들의 생산 공장을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을 시행해 왔다. 여기에 발맞춘 미국의 각 주정부는 유턴하는 자국 기업뿐 아니라 미국에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해외 기업에도 토지 무상 제공,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제일재경일보는 “오바마 대통령의 리쇼어링 정책에 트럼프 당선자의 법인세율 인하 정책까지 가세하면 미국의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을 중국 정부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이전 추진하는 중국 기업들

이런 혜택을 노린 일부 중국 기업은 미국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상하이에 있는 첨단의료장비업체 롄잉은 트럼프 당선 뒤 미국 텍사스주에 생산 공장을 세우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롄잉 관계자는 “텍사스 주정부의 기업 유치 정책 덕분에 공장 부지를 매우 싸게 제공받을 수 있는 데다 법인세율까지 인하되면 미국 내 생산원가가 중국보다 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미국 앨라배마주에 첫 번째 미국 현지공장을 건설한 중국 동관 제조업체 진룽퉁관이 두 번째 미국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중국 최대 음식료업체 와하하그룹의 중칭허우 회장은 한 토론회에서 “중국의 실물경제는 매우 어려운데 생산원가 부담이 너무 높다”며 “중국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 정책을 지속하면서 기업들의 세금 부담도 낮춰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웨이광 톈진재경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은 전체 세수에서 기업이 부담하는 비중이 30~40%에 달해 ‘사망세율’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기업의 과도한 세금 부담을 줄이지 않고서는 실물경기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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