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무장 괴한 4명 사살…범인신원·배후세력 아직 안 드러나
현장은 세계최대 십자군 요새…IS격퇴전 동맹국 요르단 11년만의 민간시설 테러

요르단의 유명 관광지 일대에서 18일(현지시간) 무장 괴한의 연쇄 총격 사건이 발생해 캐나다인 관광객 1명을 포함해 최소 10명이 숨졌다.

아랍권 위성방송과 AFP·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께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남쪽으로 약 120km 떨어진 카라크 안팎에서 한 무리의 무장 괴한이 경찰관과 관광객에게 총격을 가한 뒤 십자군 요새에 침입해 군인·경찰과 총격전을 벌였다.

해발 1천m 언덕 위에 있는 카라크 요새는 12세기 십자군이 세운 것으로 십자군 요새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해 세계 각지의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명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요르단에서 민간시설을 겨냥한 소프트타깃 테러는 2005년 60여명이 숨진 암만 호텔 연쇄 폭발물 테러 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십자군 요새 일대에서 벌어진 테러로 캐나다 여성 관광객 1명과 요르단 경찰관 7명, 요르단 민간인 2명 등 적어도 10명이 숨졌다.

또 다른 캐나다인 등 관광객 2명과 경찰관 15명, 현지 주민 17명 등 34명은 중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요르단 당국의 한 관계자는 "무장 괴한 5∼6명이 이번 총격 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총리는 괴한 10명이 요새 안에 숨었다고 언급했다.

당국은 성명을 통해 괴한 중 최소 4명을 사살하고 일대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다량의 무기, 폭발물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질이 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요르단 일간 알가드는 성채 안에 외국인 관광객 14명이 갇혀 있다가 10명이 풀려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안 소식통은 "인질은 없다"면서도 "성채의 아래층에 있는 사람 일부가 총격전 때문에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첫 번째 총격은 카라크에서 약 30km 거리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을 순찰하는 중 벌어졌다.

범인들은 이 집 안에서 총격을 가해 경찰관 2명에게 상처를 입힌 뒤, 차를 타고 도주했다.

잠시 후 카라크에서 또 다른 순찰 경찰을 겨냥해 또 다른 총격이 발생했다.

이후 무장한 괴한 무리는 십자군 요새로 들어가 경찰서를 공격해 경찰관과 보행자들에게 상처를 입혔다.

요르단 특수부대는 성채를 포위한 채 괴한과 한때 총격전을 벌이다가 요새 내부로 진입했다.

이 일대 모스크(이슬람사원)는 확성기를 통해 주민 등에게 안전을 위해 그 성으로 접근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하는 단체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요르단은 현재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이끄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다.

요르단은 전투기를 동원해 IS 근거지를 겨냥해 직접 공습을 가한 적도 있다.

2014년 12월 이란 공군 전투기가 시리아 북부 락까에 추락해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가 IS에 납치된 뒤 산 채로 화형당한 바 있다.

이번 총격이 발생한 카라크는 카사스베의 고향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급진화를 우려하고 있는 요르단에서는 지난 6월 시리아 국경 인근에서 IS의 자살폭탄 공격으로 국경수비대 7명이 숨진 적이 있다.

(카이로·서울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한미희 기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