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가 관영 영자지 기사를 외신 기사로 둔갑시킨 채 경제정책을 선전해 눈길을 끌고 있다.

1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민일보는 14일 자 1면 기사에서 일부 외신이 세계 금융위기 이후 많은 서방 국가들이 고용 없는 경기 회복인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신창타이<新常態>)'을 경험한 것과 달리 중국 정책자들은 같은 용어를 '양대 100년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주요 발전 단계를 정의하는데 적용했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외신 기사를 인용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중고속 성장 전략인 뉴노멀 전략과 공산당 창당 100주년(2021년)까지 전면적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실현하고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2049년)까지 부강한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실현하는 양대 100년의 꿈을 선전한 것이다.

그러나 인민일보가 인용한 외신 기사는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가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의 '차이나 워치' 섹션에 게재한 영문 기사를 중국어로 번역해 실은 것으로 확인됐다.

차이나데일리는 작년 4월부터 데일리텔레그래프 웹사이트에 자사 섹션인 '차이나 워치'에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고 SCMP가 전했다.

섹션 상단에는 "이 콘텐츠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차이나데일리가 생산, 출판하는 것으로, 차이나데일리가 콘텐츠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진다"라는 설명이 달려있다.

차이나데일리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 프랑스 르피가로 등에도 차이나 워치를 게재하고 있다.

인민일보가 외신을 언급한 것이 의도적으로 출처를 숨기기 위한 것인지, 단순한 편집 사고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인민일보는 영국 데일리메일의 웹사이트 '메일 온라인'에 1주일에 40건의 기사를 게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관영 매체가 중국에서 차단된 외신에 기사를 게재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해외의 왜곡된 시선을 개선하고 중국 당국의 정책을 선전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