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제 무기 구매도 검토…美에는 "남중국해 순찰때 필리핀 군사기지 이용 불허"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첨예하게 맞섰던 중국과 필리핀의 화해 무드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12일 일간 선스타 등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중국이 필리핀에 파격적인 조건의 총기 공급을 제안했고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필리핀 북부의 한 군사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이 나에게 무기 구매를 요청했는데 받아들일 것"이라며 "국방장관에게 무기 수령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무기가 공짜는 아니지만, 대금은 25년간 분할 지급하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대금 지급은 25년 추가 연장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이 무기를 사실상 무상 제공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10월 중국을 방문해 투자협정 체결 등 27조 원 규모의 선물 보따리를 받은 데 이어 방위협력도 가시화하면서 양국 관계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말 취임 이후 박차를 가한 필리핀의 마약 유혈소탕전과 관련, 인권 침해를 비판하며 경찰용 소총 공급을 중단한 미국에 등을 돌리며 중국, 러시아와 손을 잡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내년 4월이나 5월 러시아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은 이달 초 러시아 방위산업체를 방문해 무기 구매 문제를 협의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월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두테르테 대통령을 만나 한 정을 사면 한 정을 공짜로 주는 조건으로 러시아산 소총을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통 우방인 미국과는 남중국해 합동순찰 중단, 연합군사훈련 축소 등 방위연대의 끈을 풀고 있다.

최근 로렌자나 국방장관은 미국 군함과 초계기가 필리핀 군사기지를 이용해 남중국해 독자 순찰에 나서는 것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조치로, 미국은 괌이나 일본에 있는 자국 기지에서 군함이나 항공기를 남중국해로 직접 파견하고 필리핀은 경유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kms1234@yna.c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