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만과의 동맹 강화 등 대중 정책 변화 예고
전문가들 "中, 즉각적인 대응않되 대만 독립 지원에 반격할듯"

시간이 지날수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한 전화통화는 즉흥적인 결정이 아닌 면밀하게 의도된 시도였다는데 무게가 실린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을 상대로 기존 판을 뒤집는 '대만 동맹 중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내년 1월 트럼프 당선인이 정식 집권하면 미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에 45%라는 고율 관세 부과하겠다고 호언했던 트럼프 당선인이 대만을 지렛대로 중국 공략에 나서 환율·통상 등 경제 분야 이외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외교·군사·안보 분야로까지 전선을 확대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트럼프 당선인이 아직 취임하지 않은 만큼 본격적인 대응을 삼가며 추이를 지켜보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모양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당선인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면서 대만독립 지원에 나서지 않도록 하는 걸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대응하려는 모습이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2일 트럼프-차이잉원 전화통화 이후 트럼프 당선인과 측근들은 공세수위를 점차 높여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형 외교분쟁을 초래했다는 지적에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대만에 수십억 달러어치의 군사 장비는 팔면서 나는 축하 전화도 받지 말라는 것이 참 흥미롭다"고 반박했다.

그런데도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자 "중국은 위안화를 평가 절하하거나 우리 제품이 중국으로 들어갈 때 과도한 세금을 부과했을 때, 남중국해 한가운데 군사시설을 만들었을 때 문제가 없겠느냐고 우리에게 물어봤느냐,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공격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측근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5일 "트럼프 정부에서는 더이상 중국이 미국을 위협하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같은 날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고문인 정책연구기관 헤리티지재단의 스티븐 무어 수석연구원도 미국 현지의 지방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차이잉원 전화통화를 지지한다며 "대만은 미국과 자유를 공유하는 동맹이기 때문에 지원해야 하며, 중국이 싫어한다면 주리를 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수개월 동안 준비를 거쳐 차이 총통과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대만 관여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5일 에드윈 퓰너 전 헤리티지 재단 이사장이 전화통화를 주선했고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피터 나바로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경제학과 교수,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친(親)대만 기류 강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미국의 대중정책에 변화를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주도면밀한 대중정책을 짜고 있다는 증거가 여러군데서 발견된다.

우선 트럼프 당선인은 주중 대사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31년 인연을 가진 테리 브랜스테드(70) 아이오와 주지사를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1970년대 미중 데탕트의 주역으로 트럼프 당선인에게도 외교자문을 한 바 있는 헨리 키신저가 시 주석과 면담토록 함으로써 중국 최고지도부의 의중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안팎에서는 트럼프-차이잉원 전화통화가 이런 과정을 거친 후에 나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 미국은 1979년 대만과의 단교 이후에도 '대만관계법'을 통과시켜 미정부가 '대만 당국'을 주권국가와 동등하게 대우해왔고, 대만을 무기구매국가로 관리해왔던 게 사실이다.

필요에 따라선 중국을 견제하는 수단으로서 '대만 카드'를 써왔다.

그럼에도 중국과의 수교 때 인정한 '하나의 중국'이라는 예민한 문제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중국은 트럼프 당선인의 최근 대중 공세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럼에도 중국은 적어도 정부 차원에선 트럼프 당선인과 미국 조야의 친(親)대만 움직임을 주시하면서도 대응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일 전문가들을 분석을 인용해 중국은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교수는 "중국이 트럼프 당선인의 경계 허물기 시도를 인내하는 선의를 보여주고 있으며, 차기 미 행정부와의 좋은 관계를 원하기 때문에 최근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제재 결의안에 동의했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금지선을 넘을 경우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딩리(沈丁立) 푸단(復旦)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중국이 미국 새 행정부와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북한 문제를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선임 고문은 "미국이 대만독립을 지지하는 것으로 여기면 강력한 대응책을 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이번 사태를 "대만의 '장난질(중국어로 소동작<小動作>)'"로 규정하면서도 트럼프 당선인을 겨냥해 공격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도 트럼프-차이잉원 전화통화에 반발하면서도 트럼프 당선인이 아닌 차이총통 때리기에 주력했다.

그와는 달리 중국 언론매체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관련 시도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깰 수도 있다며 공격하는 등 이중접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홍콩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최현석 특파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