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군의 로힝야족 '인종청소'에 대한 아시아 이슬람교도들의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이 문제를 수수방관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미얀마 실권자 아웅산 수치의 인도네시아 방문 일정이 전격 연기됐다고 AFP통신이 28일 보도했다.

미얀마 외무부의 아예 아예 소 부국장은 "라카인주(州)와 샨주(州)에서 발생한 문제 때문에 인도네시아 방문 일정을 연기했다"며 "(인도네시아 방문 일정은) 가까운 장래에 다시 짜일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수치 자문역은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싱가포르를 방문하고 이어 인도네시아에 갈 예정이었다.

서부 라카인주에서는 지난달 무장세력의 경찰 초소 습격사건 이후 정부군이 로힝야족 거주지역을 봉쇄한 채 한 달 넘게 잔당 토벌작전을 벌이면서 로힝야족 '인종청소'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토벌작전을 벌인다고 항변하지만, 주민들과 인권단체 등은 군인들이 민간인을 학살하고 무차별적인 성폭행과 방화를 통해 로힝야족을 몰아내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북부 샨주에서는 소수민족 반군들이 정부군을 상대로 내전 수준의 공세를 펼치면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3천여 명의 주민들이 안전지대를 찾아 국경 넘어 중국으로 대피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과거 '민주화와 인권 운동의 아이콘'으로 불리면서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수치는 100명에 가까운 사망자와 3만 명의 난민을 유발한 로힝야족 인종청소 문제를 회피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권 무슬림 커뮤니티는 로힝야족 탄압 반대 시위를 벌였고, 일부 무슬림들은 이 문제를 수수방관하는 수치를 '전쟁 범죄자'로 묘사하기도 했다.

더욱이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 주말 로힝야족 탄압에 반발해 미얀마 대사관에 대한 폭탄 테러를 계획했던 이슬람국가(IS) 추종세력이 검거되기도 했다.

수치가 단일 국가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이슬람 인구를 보유한 인도네시아 방문을 연기한 것도 이런 반발 기류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